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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40> 전래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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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40> 전래동화

입력
2013.10.0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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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마을에 예의 바르고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호탕한 성격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고 남들에게 베풀기도 잘하니 인기가 좋은 편이였다.

다만, 그 사람은 학문 탐구만 하는 전형적인 선비인지라 세상사에 대해 밝은 편은 아니었고 자신의 권위나 위신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한 것이 단점이었다.

그런 그에게 북쪽 마을에 쌍둥이 형제가 살고 있었다. 그 쌍둥이 형제 역시 권위나 위신, 체통에 대한 집착이 큰 편이였으나 학문 탐구와는 거리가 멀었고 싸움에 재물 욕심에만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렇듯, 두 사람은 다른 점도 많았지만 비교적 사이는 좋게 지내고 있었기에 각자 부모에게서 물려 받은 땅에서 서로 도우며 큰 탈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옆 마을에 사는 교활한 자가 욕심 많은 쌍둥이 형제에게 "내가 도와줄 테니 저 형제의 땅을 뺏어 버리면 어떤가? 어차피 그는 매일 공부만 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것은 잘 모르니 땅 같은 것은 필요도 없지 않겠나?" 라고 제의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수시로 남쪽 섬의 키 작은 족속들이 도둑질을 해가는데도 보복은커녕 허허 웃으며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행동하는 것을 보고 머리끝까지 열이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욕심 많은 그 쌍둥이 형제는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남쪽 형제의 땅을 옆 동네 사람과 함께 빼앗으러 나섰다. 그런데 의외의 문제가 생겼다. 늘 공부만 하고 세상사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 여겼던 그 형제에게 구원병이 있었던 것이다.

그 구원병은 건장한 키에 육중한 근육의 소유자였는데 전형적인 싸움꾼처럼 보였다. 결국 욕심 많은 쌍둥이 형제는 땅을 뺐기는커녕 오히려 그 구원병으로부터 실컷 두들겨 맞았고 그 이후, 살림도 피폐해졌으며 남쪽 쌍둥이 형제와도 서로 원수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 사건은 남쪽 쌍둥이 형제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는데 자신의 땅을 외지에서 온 구원병이 항상 지키고 되었고 사고방식도 학문 탐구나 예의를 중히 여기기 보다는 만사 재물이 중심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많은 변화가 나타났는데 한편으로는 그러한 것들이 다소 부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남쪽 쌍둥이 형제 입장에서는 외지 구원병 덕분에 북쪽 쌍둥이 형제에게 땅을 빼았기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사건 이후 오히려 먹고 사는 것이 보다 풍족해졌고 외지의 다른 동네를 가더라도 대우가 월등히 좋아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뭔가 찜찜했고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 "과연 언제까지 구원병이 내 땅을 지켜야 하는 걸까? 그리고, 점점 갈수록 요구하는 것도 많아져서 부담이 많이 되는데 말야. 더군다가 항상 나에게 피해만 줬던 남쪽 섬나라 키 작은 도둑놈과 구원병이 서로 친하다는 소문도 들리니..."

비록 모든 것이 물질적인 사고 방식으로 바뀌어진 듯 하나 남쪽 쌍둥이 형제의 근본은 선비에 가까운지라 그래도 체면과 위신이 중요하고 남에게 함부로 험한 말을 잘하지 못하는 면은 있었다.

그래서인지 북쪽 쌍둥이 형제가 돌 던지면서 싸움을 걸어와도 구원병과의 약속 때문에 눈치만 보며 반격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나타났다.

결국 참다 못한 남쪽 쌍둥이가 외지에서 온 그 구원병에게 “이제는 싸움이 났을 때 내가 알아서 싸우겠다” 고 하니 구원병도 쾌히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하지만, 얼마 후 비록 북쪽 쌍둥이 형제가 잘 살지는 못하지만 싸움 기술만은 향상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불안감이 엄습해왔고 내가 알아서 싸우는 것을 몇 년 미루면 어떤가 하고 구원병에게 제의했다.

구원병 입장에서는 남쪽 섬나라 키 작은 도둑과 이런저런 많은 모의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러한 제의가 들어왔으니 거절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현재 남쪽 섬나라 키 작은 도둑과 서쪽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과 서로 땅 문제로 싸움 직전까지 온 상황인지라 남쪽 쌍둥이의 존재는 어떤 형태로건 구원병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서쪽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최근에 급격히 잘살게 되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구원병의 심기를 조금씩 건드리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친하게 지내던 남쪽 섬나라 키 작은 도둑들과 땅 문제로 시비가 붙으니 남쪽 쌍둥이의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러한 연유로 속전속결로 협의는 잘 진행되었고 서로 웃으며 기분 좋게 악수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남쪽 쌍둥이의 땅에 남쪽 섬나라 키 작은 도둑들이 총,칼로 무장한 채 버젓이 들어왔다.

남쪽 쌍둥이는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동안 숱하게 노략질을 일삼던 섬나라 도둑들이 벌건 대낮에 당당하게 들어오니 분노를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아니 네 놈들이 어찌 이 땅에 무장한 채 들어왔느냐!"라고 남쪽 쌍둥이가 분노하며 소리치자, "우리가 원한 게 아냐, 구원병이 여기서 너희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이 땅을 지키자고 하더라구. 그러니 우리한테 그러지 말고 구원병에게 물어봐" 라고 태연스럽게 답해왔다.

남쪽 쌍둥이 입장에서는 피가 꺼꾸로 솟는 상황인지라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구원병에게 따지듯 연유를 물었더니 "잘사는 서쪽 마을이 너의 북쪽 쌍둥이 형제를 돕고 있고 마침 우리도 먹고 사는 게 조금 어려워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섬나라 도둑들에게 공식적으로 싸움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었어. 그러니 너희들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지금처럼 계속 편하게 지내면 돼. 이 땅은 우리가 알아서 지켜줄게"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답해왔다.

남쪽 쌍둥이는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동안 북쪽 쌍둥이만 철저히 견제했었는데 일전에 마을에 돌던 그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북쪽 쌍둥이와 구원병이 가끔 만난다는 소문도 마을에 돌고 있던 차였다.

남쪽 쌍둥이는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낙동강 오리알이요, 닭 ㅉㅗㅈ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 모든 걱정이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상황이니 과연 이를 어찌할꼬...

역술인 부경(赴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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