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800여명에 대한 성적 조작이 드러나는 등 최악의 국제중 입학비리로 물의를 빚은 영훈학원이 비리 관련자들을 제대로 징계 조치하지 않았는데도, 지도ㆍ감독해야 할 서울시교육청이 이를 방관해 비리사학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영훈학원은 9월 27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비리 관련자 3명에 대해 정직 1개월, 감봉 2개월, 견책을 의결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5월 영훈초ㆍ국제중ㆍ고에 대한 감사 후 총 10명에 대해 신분상 처분을 요구했고, 위 3명에 대해선 각각 해임, 정직, 감봉을 요구했었다. 의결된 징계 내용이 이러한 요구보다 크게 축소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달 17일 시교육청이 임원 전원 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징계를 확정해야 할 이사회 자체가 공석이 돼, 결과적으로 4개월이 지나도록 어느 누구도 신분상 조치를 받지 않은 상황이다.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은 "임원 취임승인 취소는 뻔히 예견된 일인데 그 동안 교육청이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임시이사가 선임된 이후에야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핑계이고 직무유기"라며 "교육청과 영훈학원이 짜고 쳤다고밖에 볼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영훈학원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지정 취소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학교 폐쇄 주장까지 나오는 영훈국제중에 대해 문용린 교육감은 "폐지는 없다"고 여러 번 선을 그었다. 신분상 조치에 대해서도 당초 시교육청은 영훈학원의 요청에 따라 한 차례 기한을 연장해준 후 9월 30일까지 징계 처분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징계 의결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9월 30일까지 보고해야 할 주체가 법인 이사회인데 현재 법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개개인에게 징계위에서 소명할 기회를 주는데 징계위에 참석하지 않아 징계절차가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징계의결이 됐더라도 징계를 처분할 권한을 가진 이사회가 공석이라 임시이사 선임이 될 때까지 유보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 동창회, 교사들이 추천하는 임시이사 후보 선임에 영훈학원이 독단적으로 재단 측과 가까운 후보 3명을 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8일까지 후보자를 보내달라고 공문을 보내 기다리는 중으로 현재 결정된 것이 없다"며 "10월 중에 학교 측 3명을 포함한 후보자 14명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