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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IT문화 '판교스타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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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IT문화 '판교스타일' 뜬다

입력
2013.10.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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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판교 글로벌 R&D센터 내 대강당. 토크콘서트가 열린 자리에 대학생 200여명이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찼다. 학생들은 강사의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집중했다.

이날 행사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해 있는 IT기업 13개 사가 만든 사회공헌단체인 '판교 CSR얼라이언스'가 마련한 자리.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기업의 실무자들이 직접 실질적인 정보와 조언을 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행사에서는 IT보안 회사인 안랩과 게임개발사인 위메이드의 인사담당자가 IT기업의 취업 전략에 대해 강의했다. 이어 평소 대학생들이 선망하던 카카오의 이석우 공동 대표, 안랩의 김홍선 대표가 직접 무대에 올라 학생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고 궁금증에 답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안랩의 인치범 팀장은 "독일의 강소형 기업처럼 IT기업들이 지역의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고 지역 내에서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선순환을 만들어보자며 기획된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판교지역 IT기업들이 IT를 활성화시키는 지역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지를 고민하며 사회봉사 모임뿐만 아니라 동호회, 기업간 네트워크 등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IT기업들의 입주가 크게 늘면서 판교 신도시 내 판교테크노밸리가 새로운 ITㆍ소프트웨어 산업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경기도가 2001년 성남 판교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때부터 산업단지로 계획한 곳으로 2015년까지 개발ㆍ입주가 완료되는데, 66만㎡ 부지에 카카오, 엔씨소프트, 안랩, NHN엔터테인먼트 같은 IT 관련 기업 630여개가 집중되면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한국형 테크노밸리로 주목받고 있다.

특이한 건 단지 많은 IT기업만 몰려오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독특한 '판교테크노문화'가 생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과거 테헤란로나 가산디지털단지에도 IT기업들이 많이 밀집해있었지만 그 곳과 판교는 많이 다르다.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탈격식의 자유분방함, 정보를 독식하기 보다는 공유하려는 개방성 등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 곳 기업들은 자유로움의 대명사인 미국의 구글을 연상케 한다. 예컨대 카카오톡 운영사인 ㈜카카오에서는 직원들이 원할 경우 서서 일하는 책상을 제공하고, 사내에서 부서간 이동을 편리하게 돕는 퀵보드까지 배치했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는 아예 직원 건강을 위해 사내에 병원을 만들었고, 고급 사우나와 실내 경기장, 도서관까지 설치했다. 게임사인 NHN엔터는 직원들을 위해 세끼 식사부터 간식까지 항시 무료로 준비해 두고 있다. 이처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IT기업의 대표들은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저녁자리와 술자리에 참석해 의견을 주고 받는 풍경이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

IT 기업들이 한데 모이면서 정보공유와 협력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 NHN엔터 등 게임 관련 기업들은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중소 게임 개발사들과 수시로 미팅을 갖고 협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기존에는 각 회사들이 강남, 분당 등지에 흩어져 있어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젠 각 사 대표들이 정례 모임까지 만들며 정보를 나누고 협력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판교 입주기업 중 코스닥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기업가치 1조원을 지향하자는 취지로 모인 '1조 클럽'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업관계자 모임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직원들과도 자연스럽게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 판교 문화"라면서 "중심가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 있으면 국내 IT업계 돌아가는 상황을 다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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