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보험설계사로 일해온 한모(48)씨는 내년부터 월 소득이 2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30%가량 줄어든다.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선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분할 지급되기 때문. 한씨는 “교통비와 사은품 등 보험계약 체결 비용은 판매 초기에 집중되는데 매달 활동경비를 빼고 나면 100만원도 채 남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보험설계사 40만명이 7일 금융당국의 ‘저축성보험 수수료 체계 변경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춘근 보험대리점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저축성보험 수수료 체계 변경은 설계사의 소득을 감소시키고 연금보험 등의 판매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도한다”면서 “정부의 개인연금 활성화 정책과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개인연금 활성화를 위해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의 계약체결 비용 중 설계사 분할 지급 비중을 현행 30%에서 내년 40%, 2015년에는 50%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보험가입 시 설계사에게 일시에 주던 판매수수료를 나눠준다는 얘기다. 그간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초기 수당이 많아 고객들의 해약환급금이 줄어든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분할 지급하면 설계사들이 고객 관리와 유지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반면 설계사들은 “지난해 수수료 비중을 30%로 정해서 소득이 급감했는데, 비중을 더 확대하면 사실상 그만두란 얘기나 다름 없다”며 “매달 5건의 계약으로 벌 돈을 이제 10건 이상 해야 벌 수 있다는 얘기”라고 항의했다. 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현재 보험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287만원으로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매달 80만원씩 소득이 감소한다.
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러 차례 금융당국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판매채널 중 비중이 큰 설계사를 붙잡으려면 보험사가 수수료를 선지급하던지, 아니면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불완전판매를 줄이고 민원 감축 효과를 내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지만 보험사들의 편법 수수료 지급 등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대리점협회 소속 설계사 200여명은 14일 금융위 앞에서 저축성보험 수수료 체계 변경 계획을 철회하라는 항의 집회를 연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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