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들이 건강보험으로 처리해야 하는 비용을 떠넘기는 등 환자들에게 부당하게 부과한 진료비가 연 6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이 보건복지부에서 넘겨 받아 공개한 '건강보험 상급종합병원 본인부담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6월~11월 전국 31개 상급종합병원의 본인부담금 부당징수액이 64억1,700만원에 달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부터 전국 44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환자부담금 징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병원들은 치료비 안에 포함돼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할 재료비를 환자에게 부담시키거나, 신청하지도 않은 선택진료비를 청구하는 식으로 환자들에게 비용을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부당징수액 중 치료재료비 부당징수가 29억8,000만원(46.5%)으로 절반에 가까웠고, 의약품 비용 과다징수(12억원ㆍ18.7%), 검사료 과다징수(10억원ㆍ15.8%), 선택진료비 부당징수(5억4,600만원ㆍ8.5%) 등 순이었다.
환자부담금을 부당징수한 병원에는 이른바 '빅5'에 속하는 가톨릭성모병원(2,000만원)도 포함됐다. 부당징수액이 해당 병원의 건강보험 진료비 0.5%를 넘은 경상대 병원, 단국대의대 부속병원 등 4곳은 40~6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6억1,000만~43억5,800만원의 과징금으로 대신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관계자는 "31개 병원 대부분이 부당청구액을 환자들에게 돌려줬으나 일부 병원은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부담금 부당 청구가 만연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심평원에서 환자의 요청이 없어도 상시적으로 병원들의 비용 청구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평원은 환자들로부터 진료비가 잘못됐다는 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심사해 돌려주는 '진료비 확인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2011년 상급종합병원이 환자들에게 돌려준 환불액은 16억6,000만원이었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직권으로 적발한 부당징수액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와 같은 기간(6개월) 기준으로 비교하면 환자들이 요청해 돌려받는 금액이 보건당국의 직권조사로 밝혀진 금액의 13% 가량에 불과하다.
남윤인순 의원은 "환자의 요청이 있을 때만 진료비 적정성을 심사하고, 환자가 영수증을 분실했을 경우 확인 요청을 할 수 없는 등 문제가 있다"며 "제도를 모르는 환자나 보험 가입자들을 위해 심평원이 각 병원에 비급여 진료 내역과 금액을 상시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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