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폭로한 지 꼭 1년째다. 새누리당은 잊을 만하면 대화록 카드를 꺼내고 민주당은 번번이 '이념 트랩'에 빠지면서 정치권이 1년 내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정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는 물론 각종 민생 입법을 위한 정기국회도 대화록 정국에 발목이 잡혀 한치도 전진 못할 위기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수세에 몰릴 때마다 국면전환용 카드로 정상회담 대화록을 빼들어 정쟁 장기화의 일차적 책임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느닷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한 것도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상으로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시점에서 정 의원의 폭로는 북풍(北風) 논란으로 이어졌다.
대선 이후 잠잠했던 대화록 정쟁을 재점화 시킨 것도 여권이었다. 민주당이 6월 국회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서자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대화록 발췌본을 단독으로 열람한 뒤 "NLL 포기"를 기정사실화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한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NLL 포기 발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두 배나 더 많았던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친 정치공세라는 비판이 컸다.
민주당 역시 정쟁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초 대화록 국면의 초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국정원이 공개한 내용만으로 충분히 판가름이 날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까지 대화록 원본 공개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사초 실종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 이후에도 여야는 음원 공개나 대화록 사전 유출 등 각자에게 유리한 후속 이슈 쟁점화에 전력을 쏟으며 대화록 정쟁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7월 26일 "이제는 민생을 챙기자"며 대화록 정쟁 중단을 선언한 것도 무색하게 돼 버렸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한 만큼 정치권은 대화록 논란은 검찰 수사와 국민적 판단에 맡기고 다른 이슈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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