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일방통행로. '소방차 통행로' 표시가 선명했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형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였다. 어린이집과 도서관 앞 등 다중이용시설 앞 빈 공간은 모두 차량들로 채워져 있었다. 인근에 차량 40여대를 댈 수 있는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이중 삼중 주차가 이뤄질 만큼 포화상태였다.
저층 빌라와 상점들이 밀집한 인천 남구 문학동 주거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도로 한쪽에만 흰색 실선으로 주차공간을 표시해 놨지만 맞은편에도 차량들이 다닥다닥 주차돼 있었다. 차량 두 대가 지나다닐 수 있는 소방차 통행로가 일방통행로처럼 보였다. 한 운전자는 "우리 빌라에 10가구가 살지만 주차공간은 4면뿐이라 어쩔 수 없이 도로에 세운다"고 말했다.
소방차 통행로로 지정됐지만 불법 주차, 좁은 도로 등으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지역이 전국에 1,021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2.8%(540곳)는 인구가 밀집한 주거지역이었다. 화재 발생시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재래시장 등 상가지역도 12.1%(124곳)에 달했다.
소방방재청이 새누리당 황영철(강원 홍천ㆍ횡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구로역 인근 주거지역, 강남구 개포동 개포도서관 인근 주거지역 등은 상습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가 닿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법 주ㆍ정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 한 곳은 202곳(19.7%)에 달했다.
서울 종로 북촌한옥마을 1구역, 인천 중구 선린동 차이나타운 등 606곳(59.3%)은 도로가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현장민원실 인근 도로 등 11곳(10.8%)은 아예 차량 통행 자체가 불가능했다.
소방차 진입 불가 지역 중 소방차를 대체할 수 있는 소화전 등 비상 소화함이 설치된 곳은 전체의 28.5%(291곳)뿐이었다. 70%가 넘는 지역이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황 의원은 "서민 주거지역이 다수인 소방차 진입 불가지역 상당수에 비상 소화함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면서 "화재 발생시 서민들의 생존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고 비상 소화함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화재 발생시 신속하게 차량을 이동시키고 평상시 소화함 앞에는 차량을 세우지 않는 시민의식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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