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행되는 주간지와 석간 신문들이 악의에 찬 혐한(嫌韓) 기사를 잇따라 게재하는 이면에는 장기 불황에 따른 일본의 자신감 상실과 사회의 우경화 흐름에 편승한 상술이 숨어있다고 도쿄신문이 5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혐한 기사를 양산하는 선봉에는 우익 일간지 산케이신문을 소유한 후지ㆍ산케이그룹이 있다. 이 회사가 발간하는 석간후지는 '한국경제, 반일감정, 방사능 유언비어에 대타격'이라는 4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8개현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한국 수산업자까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7일자에서는 '한국의 비열한 도쿄올림픽 망치기 획책'이라는 제목으로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를 목전에 두고 한국 정부가 수산물 수입 금지를 취한 것이 올림픽 유치를 방해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논조의 글을 내보냈다.
우익 성향 주간지 슈칸분??(週刊文春)은 3일자에 '한국,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하고 중국산 맹독식품 요구'라는 기사를 실었고 주간포스트는 지난달 30일자에 '한국인의 괴물 같은 악의적 반일감정이 멈추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뉴스위크 일본판도 '한국의 자멸외교'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외교를 비난했다.
도쿄신문은 이런 기사들이 충격적인 제목과 달리 알맹이 없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장과 억지 해석이 많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주간지 기자는 "한국과 친하게 지내자는 내용보다 혐한 기사가 더 많이 팔린다"며 "혐한 보도에 대한 지지가 젊은 층에서 고령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는 "경제와 국제 관계가 풀리지 않은 것을 한국과 중국 탓으로 돌려 위안을 얻으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고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일본이 버블경제 붕괴 이후 정체가 지속되는 동안 한국과 중국은 급속한 발전을 이뤄 일본이 아시아 최고라는 자신감이 사라졌고 보수적인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혐한 보도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의 대표적 혐한 단체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 회원 100여명은 5일 도쿄의 전자상가 밀집 지역인 아키하바라 일대에서 혐한 시위를 했다. 이들이 한인 상가 밀집 지역인 신오쿠보에서 벗어나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로 장소를 옮긴 것은 일본인을 상대로 한국에 반대하는 감정을 확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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