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둠이 짙게 깔린 5일(현지시간) 새벽. 미 해군특전단(네이비실)이 바다를 통해 소말리아 남부 항구도시 바라웨에 은밀히 침투했다. 타깃은 2층 건물. 지난달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 반군단체 알샤바브 지도자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 네이비실 요원들은 전투 지원 헬기의 엄호 속에 표적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알샤바브도 즉각 응사하는 등 1시간 가량 교전이 이어졌다.
#2. 같은 시각,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이번에는 미국 특수부대가 과거 동아프리카 주재 미 대사관에 폭탄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 고위급 인사를 체포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이 테러범은 1998년 케냐 및 탄자니아에 있는 미 대사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탄 테러를 일으켜 220명 이상을 숨지게 한 핵심 인물이다. 미 정보당국은 그에게 500만달러, 한국 돈 54억원의 현상금을 내건 상태다.
미국이 소말리아와 리비아에서 활동 중인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를 동시에 급습하는 대테러작전을 수행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외신은 이번 작전이 수 주일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알샤바브를 상대로 한 작전 수행을 확인하면서도 지도자의 사실이나 생포 여부에는 함구했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은 "작전 수행 외에 추가적인 세부 사항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NYT는 "알샤바브 지도자가 사살된 것으로 보이나 요원들이 사망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AP통신과 AFP통신이 "요원들이 그를 붙잡는 데 실패했다" "그가 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하는 등 구체적인 작전 결과에 대해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외신들은 소말리아 작전과 달리 리비아 작전은 성공적으로 종료됐다고 전했다. NYT는 미 특수부대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과의 공조를 통해 일명 '아부 아나스 알 리비'로 불리는 나지흐 압둘 하메드 알 루카이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알 리비는 이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자택 밖에서 주차하던 중 차량 3대에 포위됐으며 이후 무장한 사람들에게 붙잡혔다고 그의 가족들이 AP통신에 전했다. 미국으로 압송 중인 그는 미국인 살해혐의 등으로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1998년 8월 케냐와 탄자니아 소재 미 대사관 테러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온 알 리비는 리비아 태생으로 90년대 알카에다의 가장 유능한 조직원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92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수단 하르툼으로 근거지를 옮길 때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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