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에 대단히 '곤혹스럽다'는 점에서 문제성을 가진 저작이다. 그 곤혹스러움 속에는 어떤 '불편함' 같은 것들이 깔려 있을 것이다."(윤해동 한양대 교수)
"이 책을 쓰는데 중요하게 참고로 한 일본군 위안부 증언집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위안부상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독자들의) 불편함, 곤혹스러움을 예상했다. 우리는 그 동안 이 문제를 굉장히 간단한 틀로만 이해해 왔고 그것이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박유하 세종대 교수)
최근 출간된 (뿌리와이파리 발행)를 놓고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필운동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열린 서평회에서 나온 말이다. 사회학자 겸 저술가인 정수복씨가 사회를 본 이날 행사는 저자인 박 교수가 논평한 윤 교수를 향해 "아는 사이라 칭찬 받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 비판 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시종일관 비판 일색이었다.
그것은 가 그만큼 논쟁을 불러일으킬 책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그 동안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이 중심이 되어 알려 온 위안부의 이미지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요약하면, 10대 소녀가 군복 입은 군인의 총칼 위협을 받아가며 강제로 끌려가 짐승 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는 것은 평균적인 조선인 위안부의 체험과 차이가 난다, 위안부 동원이나 위안소 관리에는 조선인도 간여했다, 위안부 동원은 준제도적인 차원에서 실시된 것이어서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런 주장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저자는 위안부가 '제도'로 정착된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실시'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인식은 일본 국가의 책임을 면죄할 가능성을 가진 줄타기 행위임이 분명하다." "저자가 문제 삼는 '우리 안의 협력자들'은 홀로코스트에 가담한 유대인들을 언급한 한나 아렌트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치의 범죄가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야스퍼스의 말을 빌리면 일본 국가는 법적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도덕적 책임'은 물론이거니와 '정치적 책임'과 함께 '형이상학적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형이상학적 책임'이란 일본인 전체 혹은 이 문제를 냉전 하의 침묵으로 방관한 한국인들까지 져야 할 책임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전문가도 아니면서 이런 책을 쓰게 된 것은 자료를 보면 볼수록 위안부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책을 쓴 의도가 "부제인 '식민지 지배와 기억의 투쟁'에 잘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안부 동원한 업자 이야기를 굳이 많이 하거나, 점령지에서 연행된 중국인이나 네덜란드인 위안부 같은 이른바 '적의 여자'와 조선인 위안부의 처지가 달랐다고 한 것은 그런 인식이 한국 사회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 국가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위안부 지원 단체들의 '입법 해결' 주장에 모순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지 국가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아니다"며 "일본 정부 국고금으로 위안부를 지원하라는 일본 일부 단체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을 사회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는 우리가 알던 것과는 다른 위안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해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조선인 위안부 문제가 어떤 식으로 정리되든 이 문제가 환기시켜준 전시 여성 인권 문제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글ㆍ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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