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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뭉게구름처럼 변화무쌍한 언어… 정확히 채록해야 할 우리 문화유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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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뭉게구름처럼 변화무쌍한 언어… 정확히 채록해야 할 우리 문화유산이죠"

입력
2013.10.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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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은 질이 낮거나 품격이 없는 게 아니라 지역 특색을 잘 드러내고 자신의 뜻과 감정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언어입니다. 표준어를 쓰지 않으면 부끄러워하는 풍토는 없어져야 해요."

울산 출신의 문학박사 신기상(68ㆍ사진)씨가 20여 년간의 작업 끝에 산업화 이전의 울산 방언을 집대성한 사전 집필 작업을 최근 마무리했다. 950쪽에 달하는 이 사전엔 '꼬시한 눈밥'(고소한 누룽지), '와 저리 분답노'(왜 저렇게 산만하고 정신 없이 바쁜가) 등 울산이 공업화되기 이전 1950년대까지 흔히 쓰이던 방언들이 복원됐다. 신씨는 6일 "언어란 여름철 뭉게구름처럼 한시도 머무르지 않고 변하기 때문에 특정 시기 언어를 정확히 채록해 남기는 것은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씨에게 울산방언 정리 작업은 태화강 복원이나 반구대암각화 보존 못지 않게 중요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공업도시 울산엔 외지인들이 많이 유입된데다 방송 영향으로 젊은층의 억양도 '표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신씨가 녹음기를 들고 직접 찾은 곳은 울산의 10여 개 장터. 산업화 이전의 사투리를 가장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집한 울산방언이 3만 여 개였다. 사전에 실린 단어 예문도 이때 녹음한 장터 대화들이 적극 활용됐다.

그는 울산방언의 특징으로 '고저장단'을 들었다. 가령 표준어와 달리 '새'(間)는 높고 길게, '새'(鳥)는 낮고 길어서 같이 길게 읽어도 음의 높낮이에 따라 의미가 바뀐다는 것이다. 사전에도 이런 단어마다 일일이 기호를 표시했다.

울산 울주군 웅촌면 출신인 신씨는 부산사범학교 졸업하고 서울 창천초ㆍ경기고 교편을 잡은 뒤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지냈다. 절반은 서울 사람인 신씨는 교사 시절 사투리를 쓰는 자신을 보고 웃는 제자들의 모습이 방언 연구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신씨는 "외국어를 유창하게 잘하면서도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듯이 방언을 사용하더라도 필요할 땐 표준어를 정확히 구사하면 되는 것"이라며 "특히 경주와 가까운 울산은 신라어의 핵심 지역으로 국어사적 가치도 높다"고 강조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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