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한국 사회에서 유가족들이 나서서 심리적 부검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군 복무 중 자살의 경우다.
군인 자살률은 민간인에 비해 낮다. 지난해 군 장병의 10만명당 자살률은 11.1명이었으나 20~29세 남성 자살률은 23.5명이었다. 2011년에도 15.2명으로 20대 남성(28.2명)의 절반 가량이었다. 하지만 저 통계가 유가족들을 납득시키진 못한다. 군 자살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실시한 경험이 많은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가족들은 자살 상황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군대 간 아들의 죽음에 의심을 품기 마련이다. 법의학적 근거로도 설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군의 심리적 부검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총기를 다루는 집단인 만큼 자살 예방책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법무부는 1996년 군대, 경찰 등 모든 무장 병력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실시할 것을 지시했고, 미 국방부도 2002년부터 심리적 부검 실행 모델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군 자살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이 실시된 적이 있다. 2009년까지 운영된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심리부검소위원회 활동이다. 당시 위원회는 유가족 진정이 접수된 자살 사건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실시해 구타, 따돌림, 과도한 업무 등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유'가 발견된 87명에 대해 순직을 인정할 것을 권고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사망자 분류 항목에서 변사ㆍ자살을 삭제한 '전공사상자 처리훈령'을 시행, 자살 장병 30명(8월 말 기준)에 대해 순직을 인정했다.
군인 심리적 부검의 상시화ㆍ제도화는 전담 기구의 소속 등에 대한 이견으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 군사망자 유가족 단체인 병영인권연대의 정재영 사무처장은 "군은 소속 지휘관의 책임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에 의혹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심리적 부검 조직을 국민권익위원회나 국가인원위원회 등 군으로부터 독립적인 곳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군의문사위에 참여했던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구를 어디 설치하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에 설치해도 민간인들이 참여하면 된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