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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 별로" 외국계 증권사 감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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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 별로" 외국계 증권사 감량중

입력
2013.10.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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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외국계 증권사에서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이모(39)씨는 지난달 국내 대기업 재무 팀으로 옮겼다. 억대 연봉과 외국계 특유의 자유로운 직장 분위기를 누렸지만 더는 건설업계 불황과 장기간의 증시 침체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는 "기업평가 등이 주요 업무였지만 실적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차차 기관투자자 유치 같은 영업을 지시 받았다"고 씁쓸해했다.

증시 침체로 실적이 악화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내 사업규모를 줄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인력을 늘리며 한국시장에 집중 투자했지만 증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당국의 규제마저 심해지자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수익이 안 나는 사업은 철수하고 인원은 크게 줄이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주요 외국계 증권사 15곳의 국내 지점 임직원 수는 6월 기준 1,4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67명)보다 10%가량 줄었다. 골드만삭스증권(109명→100명) 모건스탠리증권(103명→91명) 맥쿼리증권(138명→117명) 등은 10명 안팎을 줄였다. 억대 연봉의 애널리스트를 내보내고 보조연구원(RA) 등 연봉이 낮은 계약직을 채용하는 걸 감안하면 고용의 질도 낮아졌다.

인력 감축의 가장 큰 원인은 증시 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다. 올해 1분기(4~6월) 외국계 증권사 한국지점의 당기순손실은 275억1,600만원으로 2009년 이후 분기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 RBS아시아증권 등 5개의 외국계 증권사 한국지점은 자본잠식 상태다.

본사로부터 한국지점 인원 수를 줄이라는 지침도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억대 연봉의 애널리스트부터 자르는 게 가장 손쉬운 비용 절감 아니겠냐"라며 "올 초 본사로부터 한국시장 인원 할당량이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특히 건설과 화학 등 실적이 좋지 않은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구조조정 1순위에 올랐다. 그나마 일부는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이나 홍콩 등으로 옮겼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 탓에 사업 규모를 줄이는 곳도 있다. 파생상품인 주식워런트증권(ELW) 강자였던 맥쿼리증권 등은 최근 ELW관련 사업을 아예 접었다. 맥쿼리증권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영업망이 좁아 선보일 수 있는 투자상품이 한계가 있다"면서 "몇 년 전만 해도 당국이 독려했던 ELW시장이 최근 각종 규제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국세청은 최근 정기 세무조사에서 일부 외국계 증권사에 대해 ELW 수익을 누락 신고했다며 수백억 원의 세금을 추가 징수하기도 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유연성이 높은 시장에 비해 한국 시장은 당국의 규제가 많다 보니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며 "외국계 입장에선 한국시장은 갈수록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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