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우정도, 결혼도 남이 대신 해주는 시대다. 돈만 내면 된다. 애인도, 친구도, 장례식 조문객도 빌릴 수 있다. 아기는 대리모가 낳고 보모가 돌본다. 선물 고르기나 애완견 산책은 진작에 대행 업체가 생겼다. 개인이 직접 하거나 가족, 친구, 이웃이 도와주던 사적인 일들이 지금은 서비스 시장의 인기 상품이다. 추억과 경험마저 시장에 넘어갔다.
'감정노동'의 개념을 정립해 유명한 미국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명예교수)가 쓴 이 책은 임신에서 무덤까지 안 뻗친 데가 없는 사생활 서비스를 미국의 현장을 일일이 답사해 꼼꼼히 살핀 끝에 시장에 넘긴 사생활을 되찾고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실마리를 모색한다. 해당 분야 종사자와 이용자를 만나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서 내용이 매우 생생하다. 돈만 내면 뭐든 대신 해주는 '아웃소싱 자본주의'의 차갑고 끔찍한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류현 옮김. 이매진ㆍ432쪽ㆍ2만원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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