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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5일] 욕망의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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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5일] 욕망의 순위

입력
2013.10.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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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은 등단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내가 작가로서 꾸준하게 천착하고 있는 주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재미삼아 욕망의 순위를 매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예컨대 식욕이 먼저냐 성욕이 먼저냐에 대해 논쟁을 하는 식이다. 나는 성욕이 식욕보다 좀 더 근원적인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식욕은 성욕에 비해 그 개체의 생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매우 생리적인 성격이 강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와 반면 성욕은 다분히 쾌락지향적이다. 식욕이 성욕보다 훨씬 본능적인 욕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실제로는 주어지기 어려운,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나 조건을 전제하고 있다는 매우 평범한 사실을 종종 간과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열흘 정도를 굶은 어떤 사람에게 밥과 섹스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그 사람은 밥을 택할 것이다. 이를 두고 식욕이 성욕에 선행하는 욕망이다라는 결론을 내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 욕망이 순수한 것이라면, 그것은 결핍이나 보상과는 무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보편적인 유희와 연결되어야 마땅하다. 평상적인 상황이나 컨디션이 주어졌을 때, 어떤 이의 욕망이 작동하는 보편적인 패턴을 오랫동안 살펴본 뒤라야, 우리는 욕망의 지향이나 지평에 대해 단 한 줄이라도 설득력 있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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