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이동통신서비스인 '와이브로(광대역 무선인터넷)'가 7년 만에 퇴출수순을 밟는다.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처음 만든 첫 이동통신서비스로 정부는 세계시장 제패까지 꿈꿨지만 LTE와 경쟁에 밀려, 결국 시장 밖으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정부는 와이브로 출구전략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3일 '와이브로 종합대책'을 발표, KT와 SK텔레콤 등 와이브로 사업자가 가입자보호를 전제로 사업을 포기하고 관련 주파수(2.3㎓)를 반납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또 새 이동통신사업자(제4 이동통신사업자)가 나오면 와이브로 방식과 중국식(TDD) LTE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와이브로 처리방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 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에게 선택권을 줬다지만 이미 실패가 입증된 와이브로 방식을 택할 사업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사실상 와이브로 출구전략을 언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와이브로는 2006년 정부가 '한국이동통신기술의 세계화'를 목표로 민관 사업자들을 참여시켜 만든 서비스. 앞서 한국형 이동통신서비스로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가 있었지만, 미국의 퀄컴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 이동통신서비스는 와이브로가 처음이다.
와이브로는 이동하면서도 30Mbps 이상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어, LTE와 함께 4세대 이동통신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대부분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기존 통신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비용이 적게 드는 LTE를 결국 선택했다.
와이브로를 택한 통신업체는 우리나라 KT와 SK텔레콤, 미국 클리어와이어, 일본 UQ, 러시아 요타, 말레이시아의 P1 등 정도. 그나마 외국업체들은 중국이 세계표준으로 밀어붙인 TDD LTE를 병행하고 있다. 심지어 원천기술을 개발한 삼성전자마저 와이브로 사업을 포기, 단말기와 장비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우위여부를 떠나 시장에서 외면당했다면 결국 실패한 기술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로 실패로 골탕을 먹은 건, '국가전략사업'이란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여했던 KT와 SK텔레콤이다. 특히 KT는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어 전국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가입자는 7년 동안 KT가 90만명 SK텔레콤 13만명 등 총 103만 명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브로는 더 이상 단말기가 출시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노트북에 접속장치(동글)를 꽂아 무선인터넷을 쓰는 정도로만 이용되고 있다"며 "사실상 유명무실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와이브로에 발목이 잡힌 KT는 그 동안 정부에 와이브로 주파수를 TDD LTE로 변경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KT관계자는 "TDD LTE는 신형 휴대폰 대부분에 기능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효용성이 크다"며 "정부가 승인만하면 와이브로 가입자를 자연스럽게 TDD LTE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실패한 정책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끝까지 와이브로를 놓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도 KT등에 대해 "와이브로를 중단하려면 가입자보호 대책을 만들고 주파수는 정부에 반납하라"며 TDD LET전환을 불허했다. 아울러 와이브로를 국방분야 등 틈새시장용으로 계속 쓰겠다는 뜻도 밝혔다.
업계에선 지금이라도 정부가 와이브로 종료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이미 실패가 입증됐고 정부도 출구전략을 언급했으면서, 끝까지 집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책실패를 자인하기 싫어서겠지만 이는 명백한 주파수 낭비"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