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의 후폭풍이 다른 대기업집단의 연쇄 유동성 위기설로 번지고 있다. 시중에서 공공연히 거론되는 기업은 대표적 불황업종인 건설ㆍ해운업 계열사를 둔 동부, 한진, 현대, 코오롱 등이다. 상반기 STX그룹에 이어 최근 동양그룹까지 법정관리와 해체 위기에 빠지자, 불황 대기업들의 부도 도미노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과민반응에 불과하지만, 시장 특유의 돌발적 패닉(공황) 가능성에 대비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선제조치가 시급하다.
사실 불황업종 관련 대기업들의 부실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운은 수년 째 글로벌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고, 건설 쪽 사정 역시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한진은 부채비율이 각각 1,088%, 775%까지 높아진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현대그룹은 부채비율 895%에 이른 현대상선이 부실의 뇌관으로 주목 받게 됐다. 두산과 동부 계열사 중 부채비율이 각각 371%, 500%에 달하는 두산중공업과 동부건설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 역시 건설업 부진의 직간접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에 따라 해당 그룹들은 이미 주채권은행이 그룹 전체 부채를 통합 관리하는 주채무계열로 지정돼 강도 높은 부채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아울러 주요 자산 처분, 조직 구조조정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할 경우 신속한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해운업계에 대해선 회사채 만기 연장(차환) 등 일부 금융지원책도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기업이 아무리 그럴듯한 자산 매각 청사진을 내놔도 실현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투자자를 안심시킬 수 없다. 정부의 금융지원책 역시 산발적이고 막연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 채권단은 유동성 위기설이 번진 그룹들에 대해 재무개선 압박을 강화키로 했다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계획이 요구된다. 정부 역시 옥석을 가려 분명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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