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콘텐츠 사업 부문 통합 브랜드인 티캐스트가 단일 드라마를 9개 채널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국내 방송 사상 최대 규모의 다채널 동시 편성이다. 지상파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케이블 TV의 한계를, 채널이 제한된 지상파는 애초에 꿈도 꿀 수 없는 방식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티캐스트가 5일 밤 11시 첫 방송하는 토요 드라마 10부작 '실업 급여 로맨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실업 급여 수급자 승희가 실업급여센터 계약직 공무원인 첫사랑 종대와 재회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티캐스트는 2000년 종합 엔터테인먼트 E채널로 시작해 현재 10개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케이블업계 2인자다. 어린이 채널인 챔프를 제외한 자사 보유 9개 채널에서 동시에 '실업급여 로맨스'를 내보낸다. 2회분부터는 E채널, 드라마큐브, 패션N에서 방영한다. 권용석 E채널 국장은 "콘텐츠 노출 횟수를 높여 연령, 성별 등 세분화된 채널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채널 전략은 1993년 음악채널 Mnet으로 출발해 17개 채널을 보유한 케이블업계 1위 CJ E&M이 먼저 시도했다. CJ는 오디션 프로그램, 시상식, 드라마 등을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본방과 재방을 번갈아 하며 눈길을 끌었다. 올해 6년째를 맞아 24일 열리는 CJ E&M '2013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는 온스타일, tvN, Mnet, XTM 등 6개 채널에서 생방송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방송사업자 시청 점유율은 KBS가 36.164%, MBC 16.022%, SBS 11.408%다. 단일 채널 선호도에서는 뒤지지만 보유 채널 숫자가 많은데다 다채널 전술까지 힘을 발휘해 CJ E&M의 경우 SBS와 2%밖에 차이 나지 않는 9.384%로 선전하고 있다.
메이저 케이블 회사들이 다채널 전술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것은 콘텐츠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E채널은 '여자는 다 그래'를 시작으로'앙심정'(2010) '여제'(2011) '빅히트'(2011) 등이 1% 안팎의 평균시청률을 내며 자체 제작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권 국장은 "'여제'는 이미 일본에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드라마까지 나왔지만 E채널 콘텐츠 판권을 일본의 케이블, 위성 TV 등에 팔았다"며 "20억원이라는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 역수출 쾌거"라고 말했다. 케이블 드라마의 편당 수출 가격은 현재 5만~7만 달러 수준. 아직 지상파 드라마의 절반 정도이지만 갈수록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CJ E&M의 경우도 최근 원로 배우들의 해외 여행을 소재로 한 tvN '꽃보다 할배'의 대만편 평균시청률이 6%를 넘었고 판권을 대만과 홍콩에 팔았다. 올 하반기에는 '감자별2013QR3' '응답하라 1994' '빠스껫 볼'로 시트콤, 시대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공략 시간도 '감자별2013QR3'은 평일 밤 9시, '응답하라 1994'는 금, 토 밤 9시, '빠스껫 볼'은 월, 화 밤 10시로 편성했다. CJ E&M 관계자는 "지상파 뉴스 시간대에 이 드라마들을 과감하게 편성한 것은 콘텐츠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2012년 방송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KBS가 방송 사업 수익 1조 4,157억원 중 23%인 3,260억원을 콘텐츠 제작 등에 투자한 반면 CJ E&M은 방송 사업 수익 5,686억 원의 75.2%인 4,276억원을 투입했다. 티캐스트도 내년에는 자체 제작 드라마와 예능 편수를 늘릴 계획이다. MBC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방송 시장 잠식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좋은 콘텐츠 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점을 지상파 방송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CJ E&M (채널 수 17개)
tvN, Mnet, 온스타일, 스토리온, OCN, 채널CGV, 슈퍼액션, 올리브, XTM, 투니버스, KM, 바둑TV, 온게임넷, 캐치온, 마이캐치온,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중화TV
● 티캐스트 (채널 수 10개)
E채널, 스크린, 드라마큐브, 패션N, 채널뷰, FOX, FOXfile, FX, 시네f, 챔프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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