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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와 휴식이 섞인 워싱턴

입력
2013.10.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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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첫 회동은 성과 못내고 끝나

‘시위와 휴식이 뒤섞인 하루.’

워싱턴포스트(WP)는 셧다운 이틀째인 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일자리를 잃고 불안해하는 이들과 예정에 없던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공존했다는 것이다. 백악관과 의회는 이날 회동을 가졌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시 해고된 연방 공무원의 일부는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정문 등에서 이틀째 셧다운 타결 요구 시위를 이어갔다. 2일 자연사박물관을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셧다운의 부당함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던 세스 코우슬라씨는 “연방항공청에서 25년간 일하다 일시 해고됐다”며 “가족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워싱턴에서만 수십 건의 셧다운 반대 시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20% 가량 감소했다”는 뉴욕 자유의여신상 인근 상점 주인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 인근 사설 갤러리인 코코란미술관의 조안나 카우프만 대변인은 “평소 수요일보다 2일(셧다운 시작 후 첫 수요일) 관람객이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NBC 방송은 “워싱턴 외곽 실버스프링의 카페가 임시해고 공무원의 커피 값은 무료, 의원들은 두 배로 받는다고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카페의 가격 정책이 시민 마음을 대변한다”고 전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셧다운 이후 백악관에서 이날 처음으로 회동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1시간 만에 끝났다. 사안에 접근하는 이념적 간극뿐 아니라 협상 조건에 대한 견해 차가 너무 컸다. 오바마는 공화당이 정상적인 2014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국가부채 상한 조정을 한 이후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가 두 조건을 함께 내건 것은 셧다운 협상이 길어질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내 보수주의자들의 압력으로 지도력에 상처를 입은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의 제안을 거부하고 “대통령이 협상을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고 전통 지지세력인 재계에 비판적 기류가 확산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금융계 경영인 14명은 이날 오바마와 만난 뒤 채무상한 조정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의회의 자제를 요구했다. 상공회의소도 250여 재계 단체와 공동으로 의회에 정쟁 중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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