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ㆍ감면제도 축소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의 재원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부족으로 중단 위기까지 갔던 무상보육이나 기초연금 논란 등을 겪으며 '국민 합의를 거친 증세론'이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경기 회복세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 총리는 대신 "비과세ㆍ감면을 줄이면 18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서는 국세청이 5년 동안 27조원을 더 걷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 5개년 계획' 에 따라 올해 2조7,000억원, 내년 5조5,000억원 2015년 6조원 등 5년 동안 총 27조2,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지하경제 양성화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한 4대 중점과제로 ▦대기업ㆍ대재산가 ▦역외탈세 ▦고소득 자영업자 ▦민생침해 사업자 등의 탈루세금 추징을 설정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대기업ㆍ대재산가에 대한 세무조사로 377건의 탈루를 적발, 7,438억원을 추징했으며, 127명에 대해 역외탈세를 적발, 6,016억원을 추징했다.
하지만 당장 올해 목표 2조7,000억원 달성조차 힘겨워 보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990년대 금융실명제, 2000년대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이미 세원이 많이 노출이 된 상태여서 추가적으로 늘릴 부분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010년 추정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0년대 이전 30%대였던 지하경제 규모가 90년대 25%로 줄어들고 2008년에는 17.1%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11월부터 개정 금융정보분석원(FIU)법이 시행되면 현금 흐름 파악이 용이해져 탈루 세금 추징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데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연간 4조5,000억원 추가 세수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을 때의 전제는 국세청이 FIU정보를 수시로 열람할 수 있을 경우였다. 하지만 7월에 최종 통과된 법은 국세청의 FIU 정보 접근권이 크게 후퇴했고 정보 제공 당사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하는 등 각종 제약이 많아, 국세청이 애초 추산했던 수준의 추가 세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효과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하기에는 아직 좀 이르다"며 "예산안에서 밝혔던 목표와 공약가계부 상에 따르면 연간 5조원가량을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 현실적인 수준을 따져보면 반 정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과거 정권 모두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했었는데 여기서 추가로 걷을 수 있는 돈은 수조원도 안 될 것"이라면서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한다면 증세를 덜하고도 가능하겠지만 공약을 다 지킨다면 국민들의 동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증세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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