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5m, 무게 40톤에 달하는 현존하는 가장 큰 어류 고래상어는 멸종위기종이다. 50~100년 내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2011년 필리핀 오슬롭의 작은 마을 타나완에 고래상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평범하게 어부로 살아가던 청년 준준(28)은 고래상어를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KBS 1TV가 4일 밤 10시 방송하는 'KBS 파노라마'에서는 고래상어와 바다청년 준준의 특별한 우정을 소개한다.
고래상어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지만 바다 속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살기 때문에 '조용한 거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온순하다. 온대와 열대 바다에 서식해 우리나라 제주도 인근 해역에도 몇 차례 나타난 적이 있지만, 멸종위기다 보니 개체수가 많지 않다. 스쿠버 다이버들에게조차 꿈의 존재로 불릴 만큼 귀한 어종. 이런 귀한 손님들이 타나완에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마을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화했다. 수십 개의 기념품 가게가 들어선 것은 물론 고래상어 관광을 안내하는 '보트맨'이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겼다. 순식간에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준준의 일상도 달라졌다.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다니던 준준은 우연히 마주친 고래상어가 친근감을 표하며 그의 배를 따라오던 날부터 친구가 됐다. 어부에서 다이빙 가이드로 직업을 바꿨다. 친구를 좀 더 가까이서 오랫동안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준의 마음을 점점 아프다. 이제 오슬롭 사람들에게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고래상어가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회유성 어종인 고래상어가 왜 타나완에 머무르게 됐는지는 밝혀지지 못했다. 아직까지 고래상어의 생태는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필리핀의 고래상어 전문 연구원들은 고래상어 떼가 반갑지만, 이들이 한 곳에만 머물 경우 성장과 번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래상어와 준준의 우정이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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