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막판 집중력이 무섭다.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가다 틈새가 보이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이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가운데 넥센은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린 2위 쟁탈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2일 현재 넥센은 남은 3경기에서 2승만 거두면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한다. 맞대결 상대는 모두 하위권 팀. 3일 SK, 4일 KIA, 5일에는 꼴찌 한화와 격돌한다. 올 시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 이어 내친김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넥센은 주축 선수가 대부분 20대다.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끝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 염경엽 감독 역시 올해 처음 지휘봉을 '초보 사령탑'. 불안 요소가 곳곳에 퍼져 있다.
하지만 2위 경쟁을 같이 하고 있는 LG, 두산은 이런 넥센이 두렵기만 하다. 초짜의 반란에 '잠실 라이벌'이 떨고 있는 셈이다. 특히 1위 자리를 넘보다 졸지에 3위까지 밀린 LG가 더욱 그렇다. 수 년째 만나기만 하면 혈전을 벌이는 데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5승11패로 열세를 보였다.
넥센에게 LG는 좋은 보약이었다. 팀이 흔들리던 7월초 LG와의 3연전을 싹쓸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터닝포인트를 찍었다. 또 8월말 2연전에서도 모두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고, 결국 9월 한 달간 9개 팀 중 가장 좋은 성적(14승4패ㆍ승률 0.778)을 올릴 수 있었다.
두산도 넥센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평소 마운드가 불안한데, 넥센 타자들만 만나면 잇달아 대포를 허용했다. 올해 두산 투수들이 넥센에 허용한 홈런 개수는 무려 20개. 삼성(14개) 보다 6개나 많이 얻어 맞았다.
지난달 29일 목동 경기가 대표적이다. 두산은 이날 상대 4번 박병호한테 무려 3방의 대포를 얻어맞았다. 에이스 노경은이 연타석 홈런을 내줬고, 구원 등판한 핸킨스마저 한 방을 허용했다. 올 시즌 두산 투수들의 넥센전 평균자책점은 무려 7.09. '홈런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당연하다.
모처럼 가을 야구에 나란히 초대된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 이들에게 넥센은 공공의 적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