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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날은… 영화 흥행 덕 '관상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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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날은… 영화 흥행 덕 '관상 열풍'

입력
2013.10.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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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 사주카페가 밀집한 서울 신사동. 자신의 얼굴에서 막막한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는 이들로 요즘 이곳이 북적인다. 고객은 취업을 앞둔 20대와 30대 초반 여성이 가장 많고, 커플이나 중장년층 등 다양하다. 2일까지 관객 821만명을 동원한 영화 '관상'의 흥행 덕분이다. 영화를 본 뒤 곧장 관상을 보러 오는 손님도 드물지 않다. 사주카페 '재미난 조각가' 유상준 대표는 "사주카페에서 인기 있는 분야는 사주나 타로, 신점(神占)이었는데 최근 관상을 봐 달라는 손님이 두세 배 늘었다"고 말했다.

조선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사건(계유정난)에 휘말린 한 관상가의 기구한 삶을 다룬 영화 '관상'의 흥행으로 관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관련 서적 판매량과 관상학 수강생이 부쩍 증가하는 등 '얼굴 생김새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이 영화의 명제가 조선시대부터 현대 한국 사회까지 고금을 관통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관상학 개론서 은 영화가 개봉한 지난달 11일 이후 20일간 판매량이 개봉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64% 늘었다. 허영만 화백의 9권 세트(58%), (67%) 등 다른 관련 서적의 판매량도 껑충 뛰었다.

학원을 찾아가 관상학을 배우려는 사람도 늘었다. 8월 초 관상 전문가 양성 코스를 개설한 역학 전문상담업체 '사주천궁'에 따르면 영화 개봉 전에는 전혀 없던 일반인들의 수강 문의전화가 요즘 하루 평균 4, 5건 들어온다. 이 업체 관계자는 "주로 기업 CEO나 인사 담당자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겠냐고 문의를 해온다"며 "관상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따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뿌리가 깊다. 선거철만 되면 '암호랑이상'이니 '숫사자상'이니 하며 대선 후보의 관상을 개인의 성품이나 자질, 심지어 당락과도 연관 짓는 언론 보도가 한 예다. 수술로 관상을 바꾸려는 경우도 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관상가 조언대로 얼굴을 고쳐달라고 주문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며 "재복(財福)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미간을 넓히거나 코를 높여 달라는 요청이 많고 사각턱 때문에 팔자가 사납다며 턱을 깎아달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관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까닭에 대해 조규문 경기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타인을 빨리 파악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얼굴에는 타고난 외형 이외에도 심상이 반영된다"며 "노력을 해서 관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관상은 자기 수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상 열풍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관상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연적이고 부정확한 정보에 기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인생은 각자 노력과 실천에 달려있는데 그것을 마치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처럼 여기게 되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외모만 보고 타인을 근거 없이 평가 절하하거나 높게 평가하는 부작용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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