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엔리코 레타 총리가 의회에서 자신이 이끄는 연립정부에 대한 신임을 확보했다. 연정 파트너이면서도 연정을 흔들고 있는 정적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맞서 자신이 제안한 재신임 요청 카드가 적중한 것이다.
이탈리아 상원은 2일(현지시간) 레타 총리 연정에 대한 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5표, 반대 70표로 통과시켰다. 이탈리아 하원은 레타 총리가 속한 민주당이 과반을 장악하고 있어 상원 투표 만으로 상ㆍ하원 모두의 신임을 얻은 셈이다.
앞서 자신이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국민당 소속 장관 5명을 사퇴시키고 연정의 해체를 요구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상원에서 발언을 통해 "이탈리아에 제도적 구조적 개혁을 수행할 정부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그것에 대한 기대 등을 종합해 우리는 내부 분쟁 없이 레타 정부를 신임하기로 했다"며 방향을 급선회했다.
그의 발언에 앞서 상원 회의장에서는 23명의 자유국민당 의원들이 서명한 연정 존속을 찬성하는 내용의 연판장이 돌았다. 여기에 원내 제3세력인 '오성운동'에서 이탈한 의원 4명을 합치면 베를루스코니의 지원 없이도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이날 표결로 베를루스코니는 당내 불협화음을 확인하며 큰 정치적 패배를 맛보게 됐다.
상원 특별위원회는 4일 베를루스코니의 상원의원 자격 박탈 여부에 대한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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