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일 경기 침체 우려를 무릅쓰고 내년 4월 소비세(부가가치세)율을 현행 5%에서 8%로 인상키로 각의 결정했지만, 과연 2015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추가 인상(10%)도 강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언론은 당초 증세에 부정적이었던 아베 총리가 증세를 결정한 것은 내년에 총선과 지방선거가 없어 여론에 휘둘릴 필요성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소비세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1,000조엔을 넘는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일본은 증세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으나, 이를 추진했던 역대 총리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쉽사리 증세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상황이 지속돼왔다.
1989년 4월 소비세 3%를 처음 도입한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 총리는 2개월만에 퇴진했고, 1997년 4월 소비세를 5%로 올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도 이듬해 참의원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났다. 이들 총리의 퇴진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가 걸려있지만, 이중 소비세 인상 문제가 결정적인 패배의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정권시절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가 '소비세 10% 인상 필요성'을 제기해 참의원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고, 지난해 소비세를 2014년 4월 8%, 2015년 10월 10%로 단계적 인상을 법제화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도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이런 배경을 모를 리 없는 아베 총리는 소비세 8% 인상과 성장전략을 병행하는 묘수를 뒀다. 소비세 인상으로 경기가 다소 침체하더라도 성장 극대화를 통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소비세 10% 인상까지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2015년 4월에는 지자체 단체장을 선출하는 통일지방선거가 예정돼있고, 9월에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된다. 2016년에는 참의원과 중의원선거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 언론은 "향후 2,3년 내에 눈에 띄는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베 총리로서는 독이 될 수 밖에 없는 소비세 추가 인상을 늦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정 불안으로 인한 일본 경제의 또 다른 위기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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