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동양증권이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분류된 동양 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하면서 직원들에게 의무 판매량을 할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1일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피해 접수된 사례를 볼 때 동양증권 직원들에게 동양그룹이나 본사 차원에서의 판매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문서나 구두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전날 동양그룹 3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지난 23일부터 진행한 특별점검반을 특별조사반을 전환했다. 이 특별조사반이 계열사 회사채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 지와 함께 금융회사 내부 시스템 문제도 꼼꼼히 따져볼 계획이다.
금감원은 특히 동양증권 직원들이 그룹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전화상으로 상품을 판매하거나 이메일로 가입 권유를 하는 등 고객유치를 위한 판매 권유 강도가 점점 더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금난에 몰리자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강제판매 지시가 있었을 정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내부통제 소홀'에 해당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벌할 수 있는 법규나 과거 사례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경영진이 금융사고를 유발한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내부통제 소홀로 보고 관련자는 물론 경영진까지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동양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 흐름과 주식 매입현황 등에 대한 점검에도 착수했다. 동양시멘트의 경우 지난주 한때 일일 거래량이 평소의 50배가 넘는 등 시장에서 이상 현상이 잇따라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동양 상장 계열사들의 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투매에 나선 탓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불순한 의도의 작전 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 당장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의혹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모든 개연성을 열어두고 동양 상장사들의 주가 흐름과 투자자들의 순매수, 순매도 현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이 같은 대응을 두고 '뒷북 조사'라는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다. 사태가 불거지고 피해자가 대량 발생하고 난 뒤에야 검사 강도를 높이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선 수개월 전부터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퍼져있었는데, 이때 선제적 대응을 했더라면 피해 규모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검사 인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기존 10명에서 12명을 추가 투입했지만 동양증권, 동양자산운용, 동양생명보험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라는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지난 몇 년 사이 수많은 대형 금융사건이 터졌지만 사후 조사를 통해 피해를 줄이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법적인 해결에만도 수년이 걸렸다"며 "사전에 위험을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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