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문으로 한양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의혹이 제기된 박문일 한양대 의과대학장 아들 박모(29)씨가 논문실적을 포함한 서류 전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전형 과정이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일 한양대에 따르면 박 학장의 아들 박씨는 2012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정시 1단계 전형에서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400점)가 최종 합격자 55명 중 53위였지만 서류평가(200점), 학부성적(200점), 공인영어점수(200점)를 모두 합친 1단계 전형을 1등으로 통과했다. 박씨는 2단계 전형 심층면접에서 4등을 해 최종 합격했다. 박씨가 서류평가에서 고득점을 받은 것은 자신이 제1저자로 쓴 과학인용논문색인(SCI)급 해외 학술지 논문 실적을 인정받은 덕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득점을 가능케 한 SCI 논문이 현재 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문제의 논문이어서 학내에서는 박씨의 입학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양대 의대의 한 교수는 "MEET 점수가 바닥인데 1단계 전형을 어떻게 1등으로 붙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문제가 된 논문 2편의 실적 점수가 반영된 결과라면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검증에 손을 놓은 입시전형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랐다. 한양대에 따르면 2012학년도 입시 전형 당시 박 학장이 직접 아들과의 관계를 입학본부에 신고했다. 입학본부가 아들 박씨의 지원을 인지하고도 문제가 된 논문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한양대 의대의 한 교수는 "1단계 서류전형에서 똑같은 제목의 논문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2단계로 심층면접을 거쳤는데도 이런 문제가 덮였다는 것은 입시절차에 큰 구멍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접 전형은 객관적인 평가 근거조차 남지 않아 한 두 명의 심사자가 자의적으로 평가할 경우 막기가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박씨의 아들이 입시를 치른 2012학년도 전형에 수시전형이 폐지되고, 정시 1단계에 논문 실적 등을 포함한 서류평가 항목이 신설됐으며, MEET 점수 비중이 600점에서 400점으로
낮아진 점도 여러 모로 박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전형이 바뀌면서 MEET 점수가 낮았지만 서류평가 점수가 높았던 박씨의 합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는 "2012학년도 입시전형은 박 학장 취임(2010년 8월)과는 무관하게 2010년 2월에 우수인력의 유치를 위해 바꿨을 뿐"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공개 검증을 통해 관련 의혹을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서울 한 사립대 교수는 "표절 논문을 아들의 입시에 활용한 것은 범죄로까지 볼 소지가 있다"며 "학내에서 감사를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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