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1일 최경환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만찬 회동을 가졌다. 지난 8월 취임한 김 실장이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회동한 것은 처음이다. '왕실장'으로 통하는 김 실장이 최근 기초연금 공약 수정과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 파동 등으로 야기된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당청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 인근 비서실장 공관에서 2시간 가량 열린 만찬에는 김 실장을 비롯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박준우 정무수석 등 수석 비서관 9명이 모두 나왔고 새누리당에서는 최 원내대표를 비롯해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대표단 1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당청 협력 강화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이 공부를 많이 하는 분"이라며 "8ㆍ15 경축사에서 우리가 모르는 얘기도 많이 나오더라. 고려 말 이암 선생을 언급한 것은 박 대통령이 직접 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실장은 특히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태 등 정치적 파장을 일으킨 각종 사안의 배후 인물로 언론에 집중 거론되는 것을 의식한 듯 "언론이 하도 그래서 운신을 못하겠다"며 난감한 심경도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김 실장이 여러 면에서 행동이 조심스럽고 어렵지만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대통령을 모시겠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회동 말미에 "저녁이 변변치 않지만, 큰 빚을 진 것으로 알고 가시면 고맙겠다"고 '뼈 있는 농담'도 던졌다.
회동에 참석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덕담과 격려가 오간 자리였다"며 "진영 전 장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만찬은 최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회기 시작을 계기로 원내대표단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했다가 김 실장이 당청 소통 강화 차원에서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정국과는 무관하게 보름 전에 잡힌 약속으로, 상견례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김 실장이 주재한 이날 모임은 새누리당 내에서 청와대의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것을 진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당청 관계가 소원한 상황에서 김 실장 취임 이후 더욱 멀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며 "김 실장이 당의 불만을 추스르면서 정국을 주도적으로 수습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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