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국방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전시작전권 이양과 관련, 주권국가인 한국은 전쟁이 발발하면 스스로를 방어할 책무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미국 의회 기록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칼 레빈(사진) 상원 군사위원장은 7월 30일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 전작권 이양이 더 이상 미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레빈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 정부가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이양의 재연기를 미국에 비공식으로 요청한 직후 나온 것이다.
레빈 위원장은 한미간 주요 현안으로 전작권 이양 문제를 거론한 뒤 "한국을 방어하는 기본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전시작전 책임(권한)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한국에 이관돼야 한다"고 말했다. 7년째 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레빈 위원장은 또 "한국은 주권국가"라며 "주권국가는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국가 방위를 책임져야 하며 장기간 방어 능력을 갖춘 나라들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국이 오랜 기간 방위 능력을 증강시켜온 만큼 스스로 국방을 책임질 때가 됐다는 얘기다.
레빈 위원장은 한국의 전작권 이양 재연기 요구를 감안한 듯 스카파로티 지명자에게 "한국이 두세 차례 전작권 환수를 연기했는데 전작권 이양이 더 이상 연기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스카파로티 지명자는 "인준이 통과되면 가능한 한 모든 일을 다하겠다"면서 "2015년 전작권 이양은 훌륭한 계획이며 우리는 이를 진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의회도 그렇지만 백악관, 국방부 등도 전작권 이양 재연기에 일부 부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방비가 삭감되는데 따른 여파가 이런 반응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 정부와 의회 일각이 한국의 전작권 이양 재연기 요구에 실망감과 싫증을 느끼고 있다"고 9월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인사들은 한국 관리들과 달리 전작권 전환 연기의 공론화에 반대하고 있다"며 "한국이 자신의 국방을 책임지기 꺼려하는데 대한 실망감도 일부 표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접촉한 미국 인사들의 반응이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에서 2일부터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놓고 실무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도 서울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수행기자들에게 "(전작권 반환과 관련해)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릴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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