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가 대표작 에 새 '작가의 말'을 남기고 떠났다.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난 고인은 1973년 예문관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내놓은 이 책에 '작가의 말'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1994년 샘터사에서 낸 책에 '작가의 말'이 처음 실렸고, 병세가 나빠지기 전인 지난 6월 손 봐 둔 '작가의 말'을 담은 이 그가 떠난 뒤 여백미디어에서 최근 재출간됐다.
'작가의 말'은 고인이 첫 출간 당시 서문을 쓰지 않은 이유를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은 나를 유명하게 만들겠지만 이 소설의 그림자는 작가로서의 내 인생에 오랜 동안 부정적인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에 대한 작가의 말은 이 다음 먼 후일에야 쓰고 싶다"면서 "이제 와서 다소 긴 분량으로 쓰는 것은 이제는 모든 것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고백해도 좋을 때가 온 것이라는 개인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적었다.
고인에 따르면 소설 속 여주인공 이름은 원래 경아가 아니라 노승혜였으며, 경아의 모습 중 상당 부분은 아내 황정숙씨에게서 가져 왔다. 제목 역시 처음엔 이었지만 연재 과정에서 바뀌었다. '작가의 말'에는 승혜를 주인공으로 써둔 줄거리도 담았다.
작가는 또 1970년대 초 에 글을 싣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일과 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문단에 발을 끊었던 일도 회고했다. 그는 "정보를 독점하고, 조직의 보호를 받으며, 자기의 조직원을 키우기 위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문학상을 나눠 먹는 식의 야합은 결국은 작가의 정신을 죽여 버린다"며 문단을 비판했다.
'2013년 6월'로 시작해 새로 추가한 내용에서 고인은 "세월을 초월하여 젊은 사람들에게 읽힐 만큼 이 소설이 명작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스물여섯 살의 나이였던 젊은 작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불과 같은 정열로 써내려 갔던 그 열망만은 감히 읽고 느껴지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그리고 죽음을 예감한 듯 경아에 대한 비감한 작별인사로 끝 맺는다. "한때는 내 자신이었고 내 분신이었고 내 애인이었고 한때는 내 딸처럼 느껴졌었지만 이제는 누님처럼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경아. 경아 그대에게 바치는 내 뒤늦은 축문이오니, 경아여 이제야말로 헤어질 때가 가까워 왔으니, 잘 가시오 경아. 그리고 안녕."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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