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월 30일(현지시간)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를 '경제 회복이라는 기어에 렌치를 던져넣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로부터 미약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 나아가 세계경제가 또다시 멈출 수 있다는 우려의 표현이었다. 예산안을 둘러싼 의회의 극한 대립 속에 셧다운이 현실화한 1일 유럽ㆍ아시아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는 등 세계경제는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셧다운 장기화 땐 세계적 악재"
셧다운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미국경제다. 200만명이 넘는 연방공무원이 일시해고 또는 임금체불 상태가 되고 필수 부문을 제외한 정부 지출이 중단되면서 개인 소비나 정부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 여파는 제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는 역사적 경험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는 1976년 이래 이번까지 18차례 셧다운을 맞았는데, 셧다운이 매년 열흘 이상 이어진 1976~79년 주가지수(S&P500) 하락폭은 2%대에 그쳤다. 두 차례에 걸쳐 27일 동안 정부가 폐쇄돼 최장기 셧다운으로 기록된 1995년 말~1996년 초에도 S&P지수는 변동이 없거나 소폭 올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가 추정한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손실은 하루 3억달러(3,218억원)로 미국경제 규모(15조7,000억달러)에 비춰볼 때 미미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미국과 유럽의 주식ㆍ채권시장에서 셧다운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이 더 중요한 투자 유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폐쇄가 3, 4주 이어져 미국 내수경제가 타격을 입으면 현재 2.5%로 전망되는 올해 4분기 성장률이 1.4%포인트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심각한 사태는 미국 의회가 17일을 시한으로 하는 국가채무 한도 증액 협상에서도 타결을 보지 못할 경우다. 이렇게 되면 미국경제는 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까지 맞게 된다. 이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또다시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이완 모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셧다운이 국가채무 한도 협상 시한까지 이어진다면 세계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재정적자 문제에서 겨우 벗어나 경기회복에 전력하고 있는 유로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는 상승 마감
1일 코스피지수는 오후1시(미국시간 0시) 미국 정부 셧다운 시작 전후 1,990선 초반까지 급락했다가 다시 올라 1,998.87로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2원 내린 달러당 1,073.5원을 기록했다. 셧다운 첫날 한국 증시가 별 영향을 받지 않은 셈이다.
향후 전망은 엇갈렸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양당의 합의가 쉽지 않아 셧다운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미국계 자본이 50% 이상 차지하는 한국 증시를 비롯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투자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면 임수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이 정치적 갈등을 오래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기획재정부는 관련 부서를 소집,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정부의 셧다운 영향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검토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셧다운의 영향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이미 예상됐던 만큼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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