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7년 만에 연방정부 폐쇄(셧다운)까지 이른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에 대한 여야간 극심한 대립과 상원과 하원으로 나뉜 의회구조의 영향이 컸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힘겨루기는 여름 휴회를 마치고 연방 의회가 개회한 지난달 9일부터 본격화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정부 예산안 중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 삭감을 주장한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민영 건강보험 미가입자(약 5,000만명)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되 저소득층에게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10년간 1조7,600억달러(미국 의회예산국 추정치)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개인의 민영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점을 들어 반대해왔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공언한대로 지난달 20일 오바마케어 예산을 뺀 예산안을 찬성 230표, 반대 189표로 가결했다. 이에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27일 오바마케어 예산을 복원한 수정안을 가결해 하원으로 돌려보냈으나 다시 하원이 28일 오바마케어를 1년 유예한 수정안을 가결했다. 예산안 처리 마지막 날인 30일에도 상원과 하원, 다시 상원으로 예산안 떠넘기기가 반복됐다. 불과 열흘 사이 예산안은 하원과 상원 사이 다섯 차례나 오간 것이다. 예산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9월 30일 자정까지 똑같은 안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타협점을 찾지 않은 양당이 핑퐁게임만 하다 결국 연방정부 셧다운을 초래하고 만 것이다.
정치권은 아직 협상을 시작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17일까지 국가채무 한도(16만7,000억달러)를 늘리지 않으면 국가 부도사태(디폴트)에 빠질 수 있어 어떻게든 그 전에 문제를 풀기 위해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 부채 현안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어 국가 부채 한도를 오바마케어와 연계할 방침인 공화당과 접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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