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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마라톤, 아직 임자 못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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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마라톤, 아직 임자 못 만났다

입력
2013.10.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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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마라톤 속도전이 2000년대 들어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2002년 4월 할리드 하누치(미국)가 2시간5분38초 세계 최고기록을 낸 이후 지난달 29일 베를린마라톤에서 윌슨 킵상 키프로티치(31ㆍ케냐)가 2시간3분23초로 앞당겼다. 11년 동안 6차례에 걸쳐 2분15초가 단축됐다.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40ㆍ에티오피아)가 2008년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3분59초로 2시간3분대에 진입한 이래 5년만에 36초 단축됐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대로라면 2시간2분대 진입이 머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히려 예상보다 '훨씬 빨리' 2분대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체력적으로, 마라톤 기록 추세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윌슨 킵상이 세계 최고기록을 갈아치울 때 매 5km를 14분대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페이스다. km당 2분대를 달리는 폭주다. 윌슨 킵상은 특히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서는 km당 2분49초에 통과해 육상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첫 5km를 통과할 때 km당 2분55초보다 무려 6초 빠른 페이스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마라톤은 눈에 보이는 기록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코스는 물론, 당일 날씨, 컨디션, 적절한 경쟁자가 어우러져야 호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윌슨 킵상은 아직 '맞수'를 만나지 못했다.

5,000m와 1만m 트랙을 주름잡고 있는 '중장거리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31ㆍ에티오피아)와 모하메드 파라(30ㆍ영국)가 마라톤에 본격 도전장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5,000m(12분49초60)와 1만m(26분17초53)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베켈레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베테랑이다. 3개의 실내기록(2,000mㆍ2마일ㆍ5,000m)까지 포함하면 5개의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따낸 금메달만 8개다. 올 시즌 하프마라톤으로 보폭을 넓혀 42.195km 풀코스 마라톤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제33회 그레이트 노스런(Great North Run) 하프마라톤(21.0975km)대회에 출전해 1시간9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당시 강풍과 비가 퍼붓는 악조건 속에서 대회가 열려 전문가들은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비바람만 불지 않았다면 58~59분대는 거뜬히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켈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라톤 기대주'는 파라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5,000m와 1만m를 석권한 파라는 지난 8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3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이 두 종목을 휩쓸었다. 최근엔 '총알 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26ㆍ자메이카)에게 '600m에서 한 판 붙자'라며 공개 도전장을 던질 정도로 막판 스피드를 뽐내고 있다.

파라는 베켈레와 함께 그레이트 노스런 하프마라톤에 나서 1초 차이로 2위에 그쳤다.

파라의 트랙 1만m 최고기록은 26분46초57. 베켈레에 29초 가량 뒤지지만 로드 레이스 마라톤 코스에서는 무시해도 좋을 격차다. 윌슨 킵상의 1만m 기록도 28분37초에 불과하다. 그러나 윌슨 킵상의 하프마라톤 최고기록은 58분59초다. 그는 이번 베를린마라톤에서 하프구간을 1시간1분32초에 통과해, 대기록을 완성했다.

매년 런던, 두바이, 시카고, 로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베를린마라톤이 열릴 때마다 20명 안팎의 특급 마라토너들이 경쟁을 펼친다. 2시간5분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현역 선수만 50여명에 달한다.

체육과학원 성봉주(50) 박사는 "베켈레와 파라가 내년 풀코스 레이스에서 윌슨 킵상을 만난다면 2시간2분대 장벽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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