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돈을 푸는 정책으로 디플레이션과 장기 침체를 탈출하려는 '아베노믹스'의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일본 경기를 가장 잘 예측하는 지표로 알려진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ㆍ短觀)지수가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1일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단칸지수는 2분기에 비해 8포인트나 급등한 12를 기록했다. 2007년 4분기(19) 이후 최고치로 3분기 연속 상승 중이다.
단칸지수는 일본 기업들이 경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플러스일 경우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마이너스일 경우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비슷한 지수로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있지만 지나친 비관론 편향으로 항상 기준인 100 아래에 머물고 있고 변동성도 심해 경기 예측 정확도가 낮다. 반면 단칸 지수는 경제성장률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서 경제 전문가들의 신뢰도가 매우 높다.
단칸지수의 상승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합작품인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현상과 주가 상승이 기업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아베노믹스로 전반적인 일본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며 "엔저로 수출 기업들이 탄력을 받고 내수가 좋아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조업 업종 중에서도 엔화 약세 효과를 누리고 있는 자동차와 전기기계 등 수출 대기업들의 개선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이 실제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아직까지 설비투자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지 않고 있고, 가계 소비 지출 증가세도 저조하다. 일본 총무성이 이날 발표한 8월 가계조사에서 2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가구당 28만4,646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1.6% 감소했다. 여기에 이날 발표한 아베 총리의 소비세 인상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을 통한 단기간의 효과에 더해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일본 경제를 뒤로 되돌리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개혁이 수반돼야 아베노믹스가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보고 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업들이 고용자의 임금을 인상하고, 투자를 늘리는 구체적인 수치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현금이 많은 기업들이 실제 투자해서 소득을 증대하고, 소비로 연결돼야 경기가 좋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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