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글을 쓰면서 개인의 신상이야기로 시작하면 아무리 주제가 무겁더라도 글의 범주는 수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한계를 지닌다. 청자나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이나 소재가 화두가 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개인사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일반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글을 바꾸어 "대학입시과목으로 한국사가 필수지정이 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대두된다"로 시작하는 것이 무난하다. 같은 맥락으로 주장 글에서는 '나'나 '우리'라는 주어를 쓰지 않아야 한다. 자칫 신변잡기로 오해 받기 쉽고 또한 대체로 그런 내용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글을 쓰되 객관화되어야, 납득이 되고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먼저 글의 내용적인 측면을 살펴본다. 장부경 학생의 글은 주장이 분명하다. 한국사의 대입수능시험 필수과목화를 반대한다고 두 번째 단락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세 단락에 걸쳐 주장의 근거를 밝히고 있다. 첫째로는 사교육부담의 증가를, 둘째로는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의 증가를, 셋째로는 역사수업의 변질을 이유로 하고 있다. 타당하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새로운 주장을 한다. 역사수업의 변화다(5~6단락). 그 방식으로는 이해중심의 수업(6단락)과 살아있는 역사수업(7단락)을 강조한다. 이렇듯 병렬적으로 복수의 주장을 하고자 했다면 처음 글을 시작함에 있어서 한국사의 수능필수과목 지정에 반대하고 새로운 역사수업 방식을 시도하자고 논의의 범위를 정해두었어야 한다. 두 번째 단락에서 주장을 하고 근거까지 언급하고 난 뒤에 다시 또 여섯 번째 단락에서 새로운 주장을 한다면 논의의 집중력을 잃는다.
한편의 주장 글에서는 중심논제가 하나여야 한다. 문제의식과 핵심주장이라는 한 쌍의 글쓰기 맥락을 지켜야 한다. 병렬적인 주장의 나열은 논지를 흐리게 되어 중수필로 변질되어 버린다. 굳이 두 주장을 모두 살리고 싶다면 양자를 포섭하는 넓은 문제의식으로 글을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사 수능필수 지정과 역사교육방식의 변화는 한꺼번에 묶기에는 대상인식의 층위가 다르다. 두 소재 중 하나로 논제의 범위를 좁혀서 심도 있는 글쓰기를 했어야 한다.
다음으로 글의 형식적인 표현을 살펴본다. 7단락의 마지막 문장이 "많이 활용한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이고 9단락의 마지막은 "길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로 끝을 맺는다. 심히 우려되는 표현방식이다. 자신의 생각, 특히 주장을 말할 때에는 "~이 좋은 것 같다"라는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적확한 어휘나 서술어를 찾을 수 없어서 "~인 듯하다" 혹은 "~와 같다"라고 쓸 수 있다. 하지만 논리를 바탕으로 한 주장 글에서는 서술어가 간결해야 의견이 분명해진다. "동영상을 많이 활용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근본적인 면에 기초하여 학생들의 역사의식을 길러주어야 한다"라는 간명(簡明)한 표현이 더 설득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논리구성에 대하여 첨언(添言)을 해보자. 찬성과 반대라는 상충되는 견해가 맞설 때에 한쪽 손을 들어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때에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자신의 택한 쪽의 새로운 근거를 찾아서 기존의 근거에 더해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 이외에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상대 쪽의 근거를 흔드는 방식의 논의도 매우 설득력이 크다. 이 글 같은 경우 필수화 찬성론의 근거를 소개하면서 그 한계를 언급한다거나, 또는 찬성 쪽에서 제기하는 근거가 갖는 인과성의 오류를 문제 삼는 방식이 있다. 가령 '역사의식의 부재를 찬성론에서 언급하는데, 수능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없던 역사의식이 생기겠는가?'라는 식의 인과성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퍼 논술학원장ㆍ서강대 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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