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사이트에 재택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게시물을 올려놓고 구직자에게 대포통장과 체크카드 발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장이나 카드를 타인에게 양도·매매하는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인 데다 대포통장이 주로 범죄행위에 사용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알바천국 알바몬 알바인 등 주요 아르바이트 포털 공고에는 '인터넷 접속만 하면 초보자도 가능한 온라인 마케터를 구한다'는 제목의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다. 글을 올린 회사명은 'D도서' 'H기획' 등 다르지만 모두 같은 이름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연락처로 남겨 놓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는지, 회사 전화번호와 인사 담당자 이름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 회사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 "회사 세금감면을 위해 통장을 구하고 있다. 통장과 체크카드를 빌려주면 대여비를 매일 받아가는 방식이다"라는 메시지가 돌아온다. 통장과 체크카드 하나당 대여비는 하루 6만∼7만원 수준이고 계약기간은 최소 15일에서 최대 3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장과 카드를 빌려주겠다고 하면 바로 퀵서비스 배달원을 보내 양도를 받은 뒤 매일 약속한 금액을 다른 계좌로 보내주는 식이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은 사전 검증을 통해 범죄와 연결될 소지가 있는 구인광고를 차단하지만 이번 사례는 멀쩡한 구인광고와 차이가 없어 단속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해가 발생해도 포털 업체는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어서 피해를 보상할 법적 의무가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이나 취업을 이유로 통장 양도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사기이며 본인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며 "속아서 통장을 양도했다면 바로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나 해지 요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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