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의 전도사로 알려진 유명 사립대 의과대학장의 아들이 아버지가 지도한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한 실적으로 이 대학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학교가 감사에 착수했다.
한양대는 박문일 의과대학장의 아들 박모(29)씨가 박 학장이 교신저자로 참여한 두 편의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2012년 소속 의학전문대학원에 부정 입학했다는 제보를 접수해 경영감사실이 감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박씨는 연세대 기계공학부 재학 중인 2010년 해외 학술지 '초기 인간 발생(Early Human Development)', 2011년 '생식의학 저널(The Journal of Reproductive Medicine)'에 무뇌(無腦) 태아 심장박동 모니터링에 대한 논문들을 게재했다.
제보의 내용은 2011년 박씨의 생식의학 저널 논문이 2010년 12월 한양대 의대에서 심사가 끝난 산부인과 전문의 A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제목(Fetal Heart Rate Parameters of Anencephalic Fetuses According to Gestational Age)이 동일하고, 내용도 거의 같아 표절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박씨의 논문은 A씨 박사학위 논문과 비교해 문단 구성과 기호 표현만 약간 다르고 내용 일부를 그대로 옮겼다. 하지만 저자에 A씨의 이름은 없고 공대 학부생인 박씨가 1저자로 올라있다. 박씨의 2010년 논문은 A씨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다룬 실험내용을 방법론 중심으로 쓴 것으로 이 논문에는 A씨가 공저자로 참여했지만 역시 1저자는 박씨다.
학계 관계자는 "해당 논문은 비전공자가 쓰기에는 불가능한 내용"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다른 관계자는 "같은 제목과 내용의 논문 두 편이 하나는 A씨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하나는 박씨의 해외저널 논문으로 나왔으니 둘 중 하나는 표절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SCI 논문들은 모두 아버지 박 학장이 교신저자를 맡아, 주변에서는 박 학장이 영향력을 발휘해 박씨가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문일 학장은 "아들이 1저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했고, 2011년 논문에 A씨 이름을 뺀 것은 본인이 빼달라고 해서 뺐을 뿐"이라며 "학교 감사가 끝나면 진실이 규명되리라 생각한다"고 억울해 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비전공 학부생이 SCI 의학 논문을 두 편이나 쓴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꼼꼼히 살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학교 측은 30일까지 제보 사실에 대한 감사를 마무리하고,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한 연구부정에 대해서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비위 여부를 따질 예정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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