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KT 에너지통합운영센터(ETOC). 직원들이 정면 스크린의 세계 지도와 국내 지도 곳곳에서 움직이는 동그라미를 클릭, 화면 속 건물들의 실시간 바뀌는 전기ㆍ가스ㆍ열 사용량을 체크하고 있다. 이 곳은 세계 최초로 정보통신기술(ICT)로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관리 운영하는 첨단 시설이다.
김남균 과장은 "북유럽 최대 비영리 연구단지인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VTT) 건물들의 에너지 상태도 이 곳에서 점검하고 있다"며 "현장 센서들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답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 곳은 서울대 등 서울 시내 주요 시설과 세종시 관공서 등 전국 100개 넘는 곳의 에너지 상태를 원격 관리하고 있는데, 김 과장은 "에너지 관리 비용을 받을 수 있고 앞으로 에너지 거래가 허용되면 이 시스템을 통해 절약한 에너지를 거래해 이익을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ICT 회사들의 변화무쌍한 변신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사업 분야가 성장의 한계에 다다르면서, 대규모 시설투자 없이도 ICT를 이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내는 '퍼플 오션' 찾기가 한창이다.
통신회사 KT가 요즘 공을 들리는 분야는 뜻밖에도 에너지 쪽이다. 전문가들이 원자력, 태양에너지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고 있는 에너지효율화사업.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ICT를 통해 효율을 높여 기존 에너지사용을 줄이는 개념이다. 통신회사로서 기존 ICT와 기술 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고객 관리 등 영업 관련 노하우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신규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도 돈이 덜 드는데다 공공건물, 상업시설, 아파트까지 그 대상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매력적이다.
SK텔레콤도 조명, 냉난방기 등을 중앙관리센터에 연결, 빌딩의 전력ㆍ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시스템 '클라우드 벰스'를 서울 을지로 사옥, 제주대병원, 제주한라병원, 울산 현대백화점 등에 구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후 에너지 사용량이 7% 줄었다"며 "공장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클라우드 펨스도 연구개발 중이며 샘표 코스모화학 등과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라고 밝혔다.
IT, 전자 업계의 변신은 의료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서울대병원과 손잡고 '헬스커넥트'라는 회사를 세우고, 스마트병원 솔루션을 개발해 분당서울대병원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활용해 환자들이 행정업무 처리, 의료 정보 조회, 진료비 결제 등을 손쉽게 하고, 복잡한 대형 병원에서도 길 안내를 정확하게 받아 제 시간에 진료를 받고 병원 이용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가 헬스 쪽에 집중하는 것도 '퍼플 오션'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내놓은 '비전2020'에서 바이오칩, 의료기기, 유헬스 등을 신시장 개척 분야로 정한 뒤 2012년 기존 의료기기사업팀을 사업부로 격상시키는 등 의료기기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력 확보를 위해 2010년 치과용 엑스레이 제조회사 레이(Ray)를, 2011년에는 국내 최대 영상의료기기 업체 메디슨과 심혈관 검사 솔루션 업체인 미국 넥서스를 잇따라 인수했고, 특히 지난해 2월에는 로봇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엑스레이 'XGEO'를 자체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LG전자는 물 부족이라는 전 세계적 과제를 대비해 '수(水) 처리'사업에 열심이다. 특히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을 개발하며 세제처리, 물처리 필터 등 다양한 필터(여과막) 처리 기술력을 확보했고, 이를 공장, 주택단지 등 상업용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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