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초ㆍ중등 교육공약 중 절반은 임기 2년째인 내년에 첫 발조차 내딛지 못할 처지가 됐다. 필요한 돈이 내년 예산안에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거나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이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과 대통령 공약 이행 경과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이미 논란이 된 '고교 무상교육'과 '초등 온종일 돌봄학교ㆍ방과후 학교 무상지원'을 포함해 총 21개 초ㆍ중등 교육분야 공약 가운데 8건이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또 2건은 필요 예산의 5~10%만 편성한 수준이어서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학교폭력ㆍ자살 예방대책으로 내세운 '학생 정서ㆍ행동발달 선별검사 사후관리 강화' 공약은 검사 결과에 따라 병ㆍ의원이나 전문기관과 연계해 실질적인 맞춤형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에 필요한 예산은 60억원이었지만, "재정당국과 협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년 예산안에서 빠졌다.
초ㆍ중ㆍ고 체육교육 공약도 마찬가지다. 모든 중ㆍ고교에 스포츠강사를 배치해 스포츠 클럽과 토요스포츠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겠다는 '스포츠강사 채용' 공약은 내년에 써야 할 예산 442억원이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부터 임기 말인 2017년까지 초등학교 체육 전담교사 3,185명을 신규 배치하겠다는 공약도 내년도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학급당 학생 수를 매년 1~2명씩 줄여나가 2017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공약도 추정 예산 8,000억원을 따내지 못해 내년도에는 시행이 무산됐다.
또 종이형 교과서를 지원하는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는 '디지털교과서 사업'도 처음 계획은 내년에 초등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사회ㆍ과학 교과에 일부 시범적용하고 이어 초등 5~6학년 교과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년도에만 필요한 예산이 269억5,600만원이나 되는데도 확보한 것은 5% 수준인 13억5,600만원뿐이어서 계획대로 이행이 불투명하다.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새로운 것처럼 꾸며 교육부에서조차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 낸 '헛 공약'도 있다. EBS에 자아탐색이나 직업ㆍ전공탐색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진로탐색 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은 이미 99년부터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운영 중인 종합포털 사이트인 커리어넷(www.career.go.kr)과 겹쳐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내년 시행이 무산된 '간판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은 교육부는 "임기 내에는 완성할 것"이라며 큰 차질이 없을 것처럼 해명했지만, 당장 내년부터 수혜를 받을 줄 알았던 농ㆍ어촌 도서벽지 학생 1만 1,328명과 학부모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박 대통령은 복지 공약뿐 아니라 교육 공약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상황"이라며 "어르신에게만 사과드릴 것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사죄를 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성삼제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국고 예산 확보에 실패한 국정과제들은 우선순위를 따져 지방교육재정이나 특별교부금 배부로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