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가 박문일 의과대학장의 아들이 아버지가 지도한 타인의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한 논문으로 이 대학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는 의혹을 감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교 안팎에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초유의 연구윤리 위반과 입시부정의 파장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학장의 아들 박모(29)씨가 2012학년도 한양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에 제출한 두 편의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은 모두 무뇌 태아의 심장박동 모니터링을 연구한 1989년 박 학장 자신의 논문과 같은 아이디어를 다루고 있다. 박 학장의 논문이 무뇌 태아 6사례를 다룬 반면 2010년 아들 박씨의 논문은 10사례를 더해 총 16사례를, 2011년 논문은 총 25사례를 담았다.
문제는 2011년 박씨의 논문이 2010년 12월 심사가 끝난 산부인과 개업의 A씨의 한양대 의대 박사학위 논문과 제목과 내용이 같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박씨의 논문에 A씨의 이름은 빠져있다. 박 학장은 A씨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이고, 아들 박씨의 두 논문의 교신저자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 8월 26일 한양대 임덕호 총장에게 직접 제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은 이후 박 학장을 불러 해명을 듣는 등 직접 진상을 조사하다 경영감사실이 사전조사를 거쳐 이달 17일 당사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박 학장은 감사과정에서 "2011년 논문에 A씨의 이름이 공저자로 들어가야 맞지만 A씨 스스로 개업의에게 논문실적은 중요하지 않으니 빼달라고 했다"며 "아들이 논문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해 제 1저자로 올렸다"며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논문 표절에 대해 처음 듣는다. 모르는 일"이라며 박 학장의 해명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박 학장은 기자에게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학 2~3학년 때부터 SCI급 논문을 준비할 정도로 뛰어나다"며 "아버지가 지도한 논문에 아들 이름이 올라 있다고 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모함"이라고 말했다. 박 학장은 또한 "의대 보직인사에 불만을 품은 교수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하지만 이는 보통 실험을 주도한 연구자가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다는 학계 관행에도 어긋나고, 이름을 빼달라고 해서 빼주는 것도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이러한 수준의 의대 논문을 비전공 학부생이 제 1저자로 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학계 관계자들은 산부인과 전문의인 박 학장을 비롯, 논문을 공저한 한양대 산부인과 교수들이 논문 내용 대부분을 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측은 30일까지 감사를 마무리한 후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따질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전문가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통해 박씨의 연구논문 제 1저자 자격 적합성과 논문 표절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라며 "논문 저술 당시 한양대생이 아니었던 아들 박씨가 한양대태아감시시스템(HYFM) 데이터를 논문의 데이터로 사용할 자격이 있는지 등도 따져볼 것"고 말했다.
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전형에서 비전공 학부생이 쓴 SCI 논문을 실적으로 인정해 입학시키면서 표절 의혹이 걸러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논문의 제목만 검색해봤어도 동일한 논문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논문 실적이 박씨의 의학전문대학원 당락에 큰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지만 표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씨의 입학에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학장은 뮤지컬 배우 최정원, 탤런트 채시라씨 등의 수중 분만을 집도하는 등 산모 중심의 분만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앞장선 유명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국모자보건학회장, 대한태교연구회장 등을 지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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