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의 당수와 의원들이 범죄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대거 체포됐다. 그리스에서 현직 의원이 체포된 것은 군사독재가 끝나고 민정으로 복귀한 1974년 이후 처음이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 현지 일간 카티메리니 등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 대테러팀은 전날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니코스 미칼로이아코스 황금새벽당 당수를 포함한 의원과 당원 등 17명을 전격 체포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 정당의 의원과 당원은 모두 35명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는 그 동안 황금새벽당이 이민자를 대상으로 저지른 폭력범죄들과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지만 헌법에 따른 정당활동 보호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방치해 왔다. 그러나 18일 황금새벽당 지지자라고 밝힌 한 트럭 운전사가 인종주의 차별을 비난한 래퍼 파블로스 피사스를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정부는 신나치파가 우리 사회를 좀먹고 범죄와 테러를 저지르며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다"며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체포된 의원들은 유죄가 선고되기 전까지는 의원직이 유지된다.
당의 존립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황금새벽당이 원내 진출 15개월 만에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황금새벽당은 미칼로이아코스 당수가 1980년 극우 성향의 잡지를 만든 것에서 시작해 1993년 정당으로 등록해 정치활동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 7%의 득표율로 300석 의회 정원 가운데 18석을 차지하며 원내에 처음 진출했다. 이 정당은 주로 이민자들이 들어와 그리스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외국인 추방 등을 주요 강령으로 삼고 있다. 유럽인권위원회는 올해 초 그리스를 방문한 조사에서 인종차별 폭력사건에 황금새벽당 당원들이 연루된 것을 문제 삼아 그리스 정부에 이 정당을 제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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