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상하이(上海)자유무역시험구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수출입과 투자를 허용하는 선진국식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외자은행과 합자은행의 설립도 허용키로 했다. 1978년 개혁ㆍ개방 정책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빗장을 연 중국이 경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무역ㆍ금융ㆍ서비스의 완전 개방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중국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 관리위원회는 29일 오전 10시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구에서 현판식을 열고 최초 입주 기업 25곳에 증명서를 전달했다. 이들 기업에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행사 장면은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방송됐다.
8월 국무원 비준을 얻어 내달 1일 정식 출범하는 상하이자유무역구는 와이가오차오보세구, 와이가오차오보세물류원구, 양산(洋山)보세항구, 푸둥(浦東)공항종합보세구 등 4개 지역으로 나눠지며 총면적은 28.78㎢다.
27일 발표된 총체 방안에 따르면 상하이자유무역구 건립은 정부의 역할을 바꾸고 관리 방식을 혁신해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개혁ㆍ개방을 심화하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중국공산당의 중대 결정이다. 이를 위해 이곳에서는 관련 행정법규들을 한시적으로 조정, 기존 법률의 구속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무역ㆍ금융ㆍ서비스의 선진화를 위한 각종 실험들이 진행된다.
중국은 외국기업투자자산지도목록에 따라 허용되는 수출입 품목과 투자 영역만을 표시한 채 그 외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상하이자유무역구는 그 반대인 '네거티브 리스트'로 운영된다. 금지되는 수출입 품목과 투자 영역만을 표시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선진 제도다.
외국기업이나 합자기업뿐 아니라 외자은행, 합자은행의 설립도 적극 지원된다. 특히 금융, 항공운수, 비즈니스무역, 전문서비스, 문화서비스, 사회서비스 등의 분야는 중국의 다른 지역과 달리 투자 자격 요건과 투자 비율 제한, 경영 범위 제한 등을 없애기로 했다. 외국 투자자는 조건만 맞으면 투자 수익을 이전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이 이곳에 아시아 본부를 설치하는 것도 장려되며 국제상품교역자원거래시장도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산업, 소프트웨어, 데이터 및 관리, 융자대출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업종은 우대된다. 건강의료, 엔터테인먼트, 법률 서비스, 여행, 인력 스카우트, 건축, 교육 훈련 시장 등도 개방된다. 위안화를 제한 없이 외국 돈과 바꾸고 은행 여수신 금리도 완전 자유화하는 방안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중국은 이런 조치들을 상하이자유무역구에서 실험한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상하이에 이은 제2의 자유무역시험구로는 광저우(廣州)와 톈진(天津)이 경합하고 있다.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중국은 상하이자유무역구를 통해 선진국의 고기술을 얻으려 할 것"이라며 "한국이 유치해야 할 외국인 투자를 상하이로 뺏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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