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30일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가 도래해 1차 중대고비를 맞는다. 시장에서는 고비를 넘더라도 연말까지 약 1조원 규모의 차입금이 남아 있어 유동성 위기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당장 30일까지 회사채 905억원과 195억원의 CP 등 1,1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이를 갚지 못하면 동양그룹 계열사 중 일부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계열사 정리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일단 동양그룹은 30일 만기 도래 회사채 중 606억원은 기존 회사채 발행으로 메웠다. 문제는 잔여분 500여억원. 동양그룹은 계열사 동양매직 매각으로 1,25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양매직을 인수하기로 했던 KTB PE컨소시엄이 아직 금융감독원에 인수자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아 인수대금을 30일 이내에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TB PE컨소시엄이 30일까지 인수대금을 납입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이밖에 동양그룹은 동양파워도 매각 대상으로 내놨고, 동양시멘트와 동양증권 등 우량 계열사 지분도 일부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채권단인 산업은행, 농협은행 등은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측면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부채 상환에 실패하면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지분구조가 얽혀 있는 다른 계열사들도 잇달아 경영권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 동양레저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그룹 지주회사 격인 ㈜동양도 경영권을 상실한다. 동양레저는 ㈜동양 지분 36.25%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동양증권도 위태롭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동양증권 지분을 각각 14.76%, 19.01% 갖고 있어 두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동양증권에 대한 경영권도 잃게 된다.
이번 달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첩첩산중이다. 다음달 동양그룹의 CP 만기 도래액은 4,800억원. 이어 11월에도 ㈜동양, 동양시멘트,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600억원 규모 회사채와 CP 만기가 돌아온다. 12월 만기인 CP와 회사채 등도 2,000억원 규모에 달해 연말까지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금 확보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우량 계열사인 동양증권마저도 매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주주 일가의 사재 출연 등으로 자금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