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간암 판정을 받은 70대 노인이 자식들에게 수술비와 병원비 등의 부담을 주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간암 초기(2기)로 수술을 받으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어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7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 50분쯤 부산 북구 한 임대 아파트에서 A(71)씨가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아들(38)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초 간암 판정을 받은 A씨는 수술을 앞두고 이날 입원할 예정이었고,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가기 위해 집에 들렀다 숨진 A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는 편지 봉투에 유서를 쓴 뒤 자신의 가슴에 테이프로 붙인 상태였다. A씨는 유서에서 "못난 부모를 만나서 평생 고생이 많았다. 몸이 너무 아파 못 견뎌 먼저 간다. 내가 수술을 하면 너희들에게 부담이다. 모두 돈 때문이 아니겠냐"고 썼다. A씨는 또 "공과금을 모두 납부했으니 신경 쓸 필요 없다"며 "지갑 속 약간의 현금 및 통장에 든 돈도 사용해라"고 남겼다. A씨의 지갑에는 현금 13만5,000원이 들어있었다.
A씨는 10여 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살아왔으며 5년 전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 A씨의 아들은 혼자 있는 아버지가 마음에 걸려 병원에 갈 때마다 직접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는 등 각별하게 돌봤고, 딸(40)은 결혼해 경남 양산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자녀 모두 경제 형편이 넉넉지 않아 A씨는 수술비와 치료 비용을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유서 말미에서도 "장례는 화장을 해서 바다에 뿌려달라.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너희들이 절차대로 하라"며 마지막까지 자식들을 배려했다. 자식들은 화장 후 봉안당에 선친 유골을 모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효심이 깊던 아들은 아버지의 사체를 보고, 몸을 부르르 떨며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며 "자식을 위해 신변을 정리한 아버지의 마음이 유서에 고스란히 담겨 사건 처리를 하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