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ㆍ사진) 중국 외교부장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북한의 합리적인 관심사항들도 해결돼야 한다"며 사실상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이 2월 북한의 제3차 핵 실험 이후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온 분위기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뉴욕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한반도 핵 문제와 관련, 쌍방은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의견을 표시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항도 해결돼야 한다고 여기고 있으며, 미국이 북한과 훨씬 더 많이 직접 접촉하길 바란다는 입장도 전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언급한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항'이란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선 것은 미국의 안보 위협 때문이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선 조건 없는 북미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는 북한측 요구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자 북한의 3차 핵 실험 후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대북 제재를 펴 오던 데에서 그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미중 외교장관 회담의 내용과 관련, 양국의 설명이 다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는 회담 후 양국 외교 수장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고강도 제재를 유지한다는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두 장관이 한반도의 핵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고 이날 오후 늦게 중국 외교부는 오히려 "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항도 해결돼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1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회담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보내는 등 성의를 보인 만큼 미국도 이젠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