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거듭된 사의 표명에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로 일단락 될 것으로 기대했던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물론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27일 진 장관의 사표 제출 사실을 미리 알았고 그 후 정홍원 총리에게 사표 반려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 불쾌감을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진 장관은 거듭된 사의 반려에도 불구하고 이날 또 다시 사퇴 카드를 꺼냄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령'이 서지 않는 상황이 됐다. 25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한 진 장관에게 "사의는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도 다음날인 26일 국무회의에서 거듭 사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무위원들은 어떤 비판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새로운 다짐과 책임감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사명과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란다"며 진 장관이 복지공약 후퇴에 따른 사태수습에 나서줄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두 번에 걸쳐 완고하게 진 장관 사퇴 수용을 거부한 이유는 우선 정 총리가 밝힌 것처럼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복지 예산안 처리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향후 대선 공약 실현 과정에서'공약 후퇴=장관 사퇴'로 이어지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진 장관의 처신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책임을 통감한다면 책임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나갈 생각을 먼저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약 후퇴로 인해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파상공세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진 장관이 전면에 서 방어할 자세를 취해야지,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을 보태는 게 도리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진 장관의 사의표명이) 이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복지공약 뒤집기 문제의 심각성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진 장관 문제를 기초연금 복지공약 논란 확산의 소재로 삼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진 장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이 진 장관이 오랜 기간 장관직무를 수행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어서 청와대는 공백상태인 감사원장, 검찰총장 자리와 교체론이 제기되는 경제라인 등 인사 요인과 맞물려 개각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