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B의 팬클럽 회원인 여중생 김모(15ㆍ경기 수원)양은 7월 초 트위터로 한 또래 회원에게 '재수없다''시건방진 X'등 비방 글을 남겼다가 호된 앙갚음을 당했다. 그 회원과 친한 10여 명의 다른 회원들로부터 욕설이 담긴 쪽지들이 쇄도한 것이다. 중재에 나선 김양의 엄마에 대한 모욕적인 말들도 쏟아졌다.
SNS를 통해 저질러지는 사이버 폭력, 사생활 침해, 매매춘 등 비행과 범죄는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이용자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뉴미디어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8월 말 발간한 '소셜미디어 이용시간이 청소년의 사이버 불링(괴롭힘)에 미치는 영향 탐구'논문에 따르면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 4,876명 중 38.1%(1,550명)가 욕설 놀림 따돌림 등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불링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페이스북, 카카오톡처럼 아는 사람끼리 집단적 유대를 두텁게 하는 결속형 소셜미디어를 많이 이용할수록 가해 경험이 많았다.
지난 3월 부산의 여중생 박모(15)양은 같은 학교 친구 5명이 자신의 카카오톡 등에 '박 XX 미워해. X나 실타(싫다) 찐득이' 등 비난 글을 남긴 걸 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2월 말부터 카카오톡으로 '빨리요 친구 117'이란 학교폭력 상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경찰서 김갑중 여성청소년계장은 "부산뿐 아니라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매일 적어도 5건은 SNS 상의 집단 비방, 왕따 관련 상담 요청이 온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SNS 교육은 지난 5월부터 뒤늦게 첫 걸음을 뗐다. SNS 관련 교재는 초등용 2종, 중등용 2종이 제작돼 활용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올해 정보문화윤리학교로 지정된 61곳의 학생 2,083여명,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이 있는 학교 117곳의 학생 3,160명을 대상으로 SNS 교육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방과 후 수업으로 진행돼 이수 의무가 없는 데다 교육시간도 연간 20시간에 불과하다.
2주에 한번 꼴로 SNS 수업을 하는 수원 동신초 심성호 교사는 "애들이 어려 단순히 소비되는 메시지를 남기는데, 그게 디지털에선 사라지는 언어가 아니라는 걸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며 "스스로 과거의 부끄러움을 알게 되는 교육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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