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사망자와 500억원대 재산피해를 낸 구미 불산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10곳 중 8곳 이상이 화학물질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는 화학물질 정보를 지역주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지만 여전히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27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환경부의 지난해 화학물질 유통량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1만6,547곳 중 86%에 해당하는 1만4,225개 사업장이 화학물질의 종류, 용도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기업의 92.5%(642곳 중 594곳), 중소기업의 85.7%(1만5,905곳 중 1만3,631곳)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는 비공개 사업장 대부분은 주거지역과 가깝다는 점이다. 경기 용인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인근 아파트와 570m, 충남 천안의 현대모비스는 아파트와 170m, LG화학 익산공장은 어린이집과 140m 떨어져 있다. 특히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 반도체와 우편취급국 사이 거리는 15m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삼성에버랜드와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도 비공개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업은 영업 비밀이란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주거지역과 인접한 사업장의 경우 어떤 종류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지 주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주민들은 주변 사업장이 불산, 황산, 염산과 같은 유해물질을 취급하는지, 무슨 용도로 쓰는 지 알 수 없어 사고가 발생하면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미 불산 사고 이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사고를 비롯 총 60여건의 화학물질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이후 상시근로자 인원에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 대상으로 확대(이전에는 30인 이상 사업장만 대상)하고 화학물질 사고 시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으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개정됐으나 하위법령에 완화된 내용을 넣자는 기업의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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