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 여고생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진모(42)씨가 검거된 지 하루 만에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경륜에 빠져 재산을 모두 탕진한 것이 여고생 살해의 발단이 됐다.
27일 하남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의 한 자동차공업사에서 정비사로 일해 온 진씨는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초등생, 유치원생 두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7~8년 전부터 경륜에 빠져 주말마다 집 근처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경륜장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한 방'의 허황된 꿈을 버리지 못하던 진씨는 결국 2,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다.
전세 보증금 3,500만원을 빼 빚을 일부 갚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진씨는 경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집으로 옮겨야 했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맞벌이하는 아내 수입까지 합쳐 한 달에 400여만원을 벌었지만 좀처럼 빚은 줄어들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시달리던 진씨는 지난 15일 술을 마신 후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경찰에서 진씨는 "금전적으로 어려워 돈을 빼앗을 생각도 있었고 성적 호기심도 있었다. 어두워서 피해자가 학생인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진씨는 지난 15일 오후 10시42분쯤 하남시 감일동 한 고가도로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고교 3학년 최모(17)양을 뒤따라가 살해했다. 하남경찰서는 이날 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고생이 스마트폰으로 야경을 촬영하고 있는 것을 보고 돈을 빼앗기 위해 흉기로 위협하다 저항하자 살해한 것"이라며 "인천 모자살해암매장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도 결국 도박 빚이 범행의 발단이 됐다"고 말했다.
하남=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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