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법원이 26일(현지시간) 북극해 유전개발을 반대하는 해상시위를 벌인 혐의로 억류 중인 국제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 회원 22명을 무더기 구속했다.
현지 리아노보스티통신,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북부 무르만스크시의 레닌스키 구역법원은 지난주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체포된 그린피스 회원 30명 중 22명에 대해 수사당국이 제출한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여 2개월간의 구속수사를 허가했다. 나머지 8명에 대해선 억류 시간을 72시간 연장했다. 중대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들을 상대로 해상시위를 벌이게 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예정이다.
그린피스 회원들은 지난 18일 네덜란드 선적 악틱 선라이즈호를 타고 북극해와 가까운 바렌츠해의 러시아 석유시추 플랫폼 '프리라즈롬나야' 부근에서 시위를 벌이며 플랫폼 진입을 시도하다 해적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선박에는 러시아인 4명을 포함해 19개국 출신 환경운동가 30명이 승선해 있었다. 이들은 프리라즈롬나야 유전개발이 심각한 해양오염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며 개발중단을 요구했다.
그린피스 회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자, 러시아 당국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 기자협회는 그린피스 회원들의 시위 현장을 취재하다 구속된 데니스 시냐코프 사진 기자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한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시냐코프의 구속은 러시아 언론역사에 있어 선례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 당국의 이번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반(反)정부 성향의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를 비롯한 일부 러시아 TV매체들도 항의 표시 차원에서 이날 몇 시간 동안 자체 웹사이트에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다.
쿠미 나이두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러시아 정부의 해적 주장은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우리는 이번 구속이 무서워서 벌벌 떨지 않을 것이며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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